휴식 권장하는 대기업…“직원의 행복지수가 곧 기업의 생산성”

- 대기업, 일과 삶 균형 추구 ‘워라밸’ 움직임 확산
- 근무시간, 휴가 및 출산ㆍ육아 등에서 관련 제도 속속 도입
- 워라밸 확산위해 근로기준법 등 제도개선 지적도

[헤럴드경제=재계팀] #. 한화건설에 근무하는 이정화(여ㆍ40) 차장은 지난해 ‘은퇴 이후의 꿈’이던 산티아고 순례길에 다녀왔다.

직급 승진시 1개월간 유급휴가를 제공하는 한화그룹의 ‘안식월’ 제도 덕분이다. 이 차장은 “마을 72곳을 완주하며 순례 증명서까지 받고 버킷리스트를 완성할 수 있어 뜻 깊었다”고 말했다.

과거 오래, 열심히 일하는 것이 성과의 기준이 됐던 때가 있었다. 근로시간이 생산성과 비례한다는 인식에서다. 그 결과 ‘야근’은 성실함의 상징이 됐고, ‘일이 곧 삶의 전부’라는 인식도 당연시됐다.

이런 문화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 움직임이 확산되면서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쉬어라”= 재계는 작년부터 ‘워라밸’을 위한 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과 다양한 휴가제도 신설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올 초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을, LG전자는 지난달 말부터 사무직을 대상으로 주 40시간 근무제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또 자율출근제를 적용해 하루 4∼12시간 중 원하는 만큼 근무하도록 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주 단위로 80시간 범위 내에서 일하는 자율적 선택근무제’를 4월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KT는 주 40시간 근무를 염두에 두고 ‘9 to 6(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 정착에 애쓰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주말 포함 최장 16일 동안 휴가를 다녀올 수 있는 ‘빅 브레이크’ 제도를 시행 중이다. 상사 결재 없이 직원 스스로 휴가안을 승인할 수 있는 ‘휴가 신고제’도 최근 도입했다.

난임 휴가제ㆍ어린이집 확대…= ‘일ㆍ가정 양립’에 중점을 둔 제도도 적극적으로 도입되는 추세다.

실제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이 ‘500대 기업 일ㆍ가정양립제도 현황 조사’ 결과, 기업들은 ‘일하는 문화 변경’(65.4%), ‘유연근무제 실시’(26.5%), ‘출산 및 육아지원’(25.3%), ‘여성친화적 근무환경 조성’(14.2%) 등을 중점 추진하고 있었다.

특히 출산 및 육아에 대한 제도가 강화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최근 난임 유급휴가 3일을 신설하고 남성 직원의 배우자 출산 휴가를 기존 5일에서 10일로 확대했다. 삼성SDI와 삼성전기도 최근 노사협의를 통해 난임 휴가제를 신설했다. 일부 계열사는 육아 기간에 단축근로를 할 수 있는 기간을 기존 최장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CJ는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전후로 한 달간 ‘자녀 입학 돌봄 휴가’를 낼 수 있도록 했고, SK텔레콤은 작년 중순부터 같은 제도를 신설, 직원 성별 무관 최장 90일의 무급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직원의 행복이 곧 기업의 생산성= 전문가들은 직원의 행복 증진이 곧 기업의 생산성 향상과 연결된다는 기업의 인식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근로자의 행복이 한 단계 상승하면 생산성이 12%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근로자의 행복과 기업의 혁신에 둘 다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기업들이 워라밸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기업의 영속과 직원 만족도, 수익성 향상에 꼭 필요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의 워라밸 바람이 더욱 확산되려면 근로기준법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워라밸 문화로 근무 유연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현행 근로기준법은 ‘옛날 공장법’이다. 타율적이고 엄격한 노동을 전제하고 있는 법이 신축성이 필연적인 워라밸 제도의 확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면서 “특히 워라밸은 혁신서비스업 부문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만큼 이같은 특성까지 고려한 법ㆍ제도 개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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