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폭탄, 모두 반대했지만 결국 나바로가 이겼다”

美 공화당ㆍ재계ㆍ언론 반대에도 강행
강경 보호무역자 나바로가 관세명령 주도
“트럼프 무역관 잘 반영하는 인물”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수입산 철강ㆍ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매기는 규제조치 명령에 서명하면서 ‘무역전쟁’의 방아쇠가 당겨졌다. 미국 내에서도 주요 교역국의 보복조치를 우려한 반발 기류가 상당하다. 공화당은 물론 재계, 언론에서 끊임없이 반대 목소리를 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귀는 오직 ‘보호무역주의자’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에게만 열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속의원 107명이 관세폭탄 반대 서명을 하기도 했던 공화당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명령 발표 직후 이를 무효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공화당 제프 플레이크(애리조나)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조치를 무효로 하기 위한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며 “의회는 행정부가 경제적 재앙을 가져오는데 공범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

‘공화당 1인자’로 통하는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금융ㆍ제조업계에서도 우려와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최대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과 엑손모빌의 데런 우즈 최고경영자(CEO) 등도 관세 폭탄 방침을 비판했다.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법인세 감세 효과까지 상쇄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CNN머니는 이번 조치로 미국 내 자동차 부품, 음료 제조업체 등의 이익이 줄면서 해고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봤다. 이어 보잉, 포드, 캐터필러, 캠벨수프컴퍼니, 다우듀퐁, 앤호이저-부시, 몰슨쿠어스 등이 그 영향권 아래 놓인 회사라고 언급했다.

언론들도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의 심각한 경고를 결국 뿌리쳤다”며 “그의 명령은 미국 내 산업계와 의회의 반대 목소리를 비켜간 것”이라고 논평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속한 공화당은 물론 동맹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했다”며 “이는 한국과 중국, 일본, 독일, 터키, 브라질 등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조치에 대해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의 견해가 승리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 [사진=EPA연합뉴스]

나바로 국장은 강경한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는 ‘매파’ 인사로 분류된다. 그는 2016년 트럼프 대선캠프에서 보호무역 공약을 설계했고,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자유무역 성향의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갈등 속에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NEC 산하 무역제조업정책국으로 밀려났다.

그가 미국 통상정책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강경 보호무역론을 뒷받침하기 위한 일종의 ‘조치’로 해석된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공화당 지도부는 나바로를 미국과 세계 경제에 위협적인 존재로 보고 있지만,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아주 좋아한다는 것”이라며 “나바로는 그 누구보다 무역에 대한 대통령의 믿음을 잘 반영하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y2k@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