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1년]1600만 촛불로 만든 역사…‘사회개혁’ 불길로 번지다

-촛불, 정권 교체 넘어 사회 문제 고발까지
-“성공 경험 공유하며 시민 목소리 더 커져”
-광장선 ‘탄핵 무효’ 구호…폭력 사태도 여전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년 3월 10일,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다. 이정미 당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을 선고한지 1년이 지났다. 광화문광장 한복판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탄핵 선고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고 저녁까지 광장에 남아 시민의 승리를 자축했다. 

[사진=헤럴드경제DB]

현직 대통령의 국정농단에서 시작해 탄핵까지 이어진 133일 동안 연인원 1600만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23차례에 걸쳐 촛불을 들며 바꾼 것은 정권만이 아니었다. 정권퇴진을 외쳤던 촛불의 목소리는 지금 사회 각계의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바뀌었고, 시민들도 촛불의 경험을 통해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데 더는 주저하지 않게 됐다.

지난 탄핵 정국 동안 촛불집회를 주도했던 퇴진행동 관계자는 “시민들이 잘못된 현실에 대해 당당하게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바꾼 것도 지난 촛불의 중요한 성과 중 하나”라며 “촛불은 단순히 정권을 바꾼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서 그간의 적폐를 몰아내고 민주주의를 더 발전시키는 시작이고 아직 끝나지 않는 진행 상태”라고 말했다. 퇴진행동은 현재 그간의 성과를 담은 500페이지 책 두 권 분량의 촛불백서를 제작 중이다.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평화적 집회 문화가 정착하면서 시민들의 목소리는 더 다양해지고 커졌다.

위계에 의한 ‘갑질’ 고발과 권력형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을 비롯해 주요 이슈마다 수십만명의 지지가 달리는 청와대 국민청원 등 시민들은 더 이상 정치적ㆍ사회적 발언을 하는 데 주저하지 않게 됐다. 이명서 한국사회심리연구원 연구사는 “과거와 달리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방법이 보장되면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게 됐다”며 “촛불집회를 통해 시민들이 ‘성공의 경험’을 공유하게 된 것도 주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촛불집회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 불법, 폭력시위 형사처벌 건수는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16년 28건에 달했던 불법ㆍ폭력 시위 건수는 지난해 고작 12건을 기록했다. 통계가 집계된 지난 1984년 이후 역대 가장 적은 숫자다. 집회 과정에서 형사처벌된 인원도 지난해 1828명에 그쳐 지난 2016년(4391명)과 비교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반면, 탄핵정국부터 시작된 광장의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기각을 주장했던 박사모 등 보수단체들은 1년이 지난 지금도 박 전 대통령의 무죄석방을 요구하는 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집회 과정에서는 폭력 상황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 3ㆍ1절에는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집회 참가자들이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희망촛불’ 조형물을 부순 뒤 불까지 질러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날 태극기 집회에서는 거리를 통제하던 경찰관이 시위대에 폭행을 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탄핵 결정 이후 1년이 지났지만, 광장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7일에는 300여개 보수 성향 단체가 ‘자유대연합’이라는 통합 단체를 출범하며 조직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자유대연합 관계자는 “앞으로 태극기 집회를 함께 개최해 진행할 예정”이라며 “지금 정부의 잘못된 정책 등에 대한 비판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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