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세부 투자 계획 최초 공개…핵심은 ‘조건부’

- 엥글 사장 “2조9000억원 차입금, 출자전환해 GM이 ‘올드머니’ 전액 책임”
- “국내 R&D 역량 전문성 유지ㆍ외국인 파견임직원 감축” 등 7가지 제안…
- 핵심은 ‘이해당사자 지원 입각’이라는 단서…결국 정부ㆍ노조 양보 압박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GM에 대한 차입금 전액 출자전환 등의 투자 계획을 산업은행에 공식 제출했다.

GM 측이 정부에 구체적인 투자 의향을 상세히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모든 투자 계획이 여전히 ‘이해당사자의 지원’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GM이 사실상 동어반복을 하며 정부와 노조에 ‘최후통첩’을 보내 압박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배리 엥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

9일 한국GM에 따르면 배리 엥글<사진>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 5일 회사 공문을 통해 산업은행에 ‘한국GM에 대한 GM 본사의 투자 의향서’를 제출했다.

이 공문에 나와있는 GM의 구체적인 투자 제안은 총 7가지다.

먼저 ▷총 27억 달러(2조9000억원) 규모의 차입금 전액 GM의 출자전환 통한 자본 재조정 ▷한국GM에 수출 시장 수요가 높은 2개 차종 신차 배정 ▷신차 배정에 따른 최신 기술 도입 및 신규 설비 투자에 소요되는 총 28억 달러(3조원) 규모의 투자 참여 등이다.

이미 투입된 ‘올드머니(old money)’는 자신들이 책임지되, 두 차종의 신차 배정을 내리면 신규 자금인 ‘뉴머니(new money)’는 우리 정부가 참여해 달라는 것이다.

한국GM 측은 “GM이 산업은행의 유상증자 참여를 요청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면서 “산업은행의 방침대로 ‘올드머니’는 우리가 전부 책임지고 산은은 ‘뉴머니’만 함께 해달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올드머니는 전적으로 대주주인 GM 본사의 책임이기 때문에 한 푼도 못 준다”면서도 “원가 구조를 확인하고 자구계획으로 회생이 가능하면 뉴머니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GM 측은 이어 ▷한국GM이 보유한 디자인ㆍ차량개발 및 연구개발 역량을 미래 신제품과 기술에 활용해 국내 연구개발 역량의 전문성 유지 ▷영업손실 및 회사 자구계획 추진에 수반되는 구조조정 비용 중 상당부분 GM 본사가 지불 ▷정부 지원을 위한 산업은행과 삼일회계법인 주도의 경영실사에 원활한 협조 제공 등의 약속도 내놨다.

특히 노조 측이 요구해온 한국GM 경영 정상화 계획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외국인파견임직원(ISP) 감축 및 리더십 구조 간소화 방안 지원도 이번 공문에 포함됐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모든 제안들이 ‘이해당사자 지원에 입각한(contingent on stakeholder support)’ 투자 계획이라고 명기됐다는 점이다.

즉, 노조와 정부(산업은행)의 지원이 없으면 투자 계획은 결코 이뤄질 수 없다는 단서이기도 하다.

엥글 사장은 공문에서 한국GM의 현금 유동성 위기를 거론하며 문제 해결의 시급성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GM이 올해 1/4분기 지급의무 사항들을 따르면 현금 유동성이 소진될 것임을 이해당사자들에게 분명히 한다”며 “GM과 산업은행 등 주요 주주의 신규 자금 조달이 없다면 2/4분기(4월)에 도래하는 2017 임금교섭 성과급 지급과 희망퇴직 임직원 퇴직위로금 지급 전에 현금유동성이 고갈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자금 투입이 신속히 이뤄지지 않으면 현금유동성 고갈로 희망퇴직 위로금 지급조차 힘들다는 압박의 메시지인 것이다.

엥글 사장은 그러면서 “한국GM은 최근까지 국내 금융권을 통한 자금 조달 방안을 모색했으나 거절당했다”며 “GM은 노조와 한국정부, 산업은행 공동의 협력에 대한 합의를 전제로 추가 운영자금 조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GM이 여태까지 3월의 ‘글로벌 신차 배정 시한’을 무기로 정부와 노조를 압박해왔다면 이제는 신차 배정을 전제로 주고 ‘유동성 위기’를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엥글 사장은 이날 출국에 앞서 한국GM 노조와의 비공식 대화에도 나선다.

엥글 사장은 이 자리에서 산업은행에 보낸 공문대로 투자 계획을 설명하고 문제 해결의 시급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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