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PAS]10명 중 7명이 회사를 떠났다…그런데도 ‘펜스룰’만 말하십니까

[헤럴드경제 TAPAS=이유정 기자]‘펜스 룰’(Pence rule). 아예 여성들과의 교류 자체를 피하는게 마치 미투(#MeToo)라는 거대한 흐름에서 살아남는(?) 특효약인냥 회자되고 있다. 조선시대 ‘남녀칠세부동석’이 21세기판 ‘남녀불가촉’으로 이름만 바꿨다. 경제학으로 따지면 여성을 멀리해 ‘리스크 제로’를 만들겠다는 게다.

그렇다 치자. 백번 양보해도, 그런데…피해자가 안보인다. 


성범죄 문제를 제기한 여성 직장인 10명 중 7이 회사를 떠났다는 통계가 있다. 피해자의 2차, 3차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피해자’라는 주어가 빠진 펜스 룰은 괜한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남성 위주의 셈법이다. 남성의 여성에 대한 또 다른 차별인 셈이다.

차별은 더 큰 차별을 낳고, 더 큰 폭력을 대물림할 수 있다. 그래서 미투 이후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다.

한국여성의전화는 3ㆍ8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요즘에도 그래요?~숫자로 보는 한국의 성차별’을 발간했다.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해시태그 운동, 데이트폭력 고발,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추모 행렬, ‘#00_내_성폭력’ 해시태그를 통한 각계의 성폭력 고발, 최근 이슈가 되는 #MeToo 캠페인까지 더 이상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적 문화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사회 운동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흐름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한국여성의전화)

‘요즘에도 그래요?’를 바탕으로, 미투 이후를 위해 고려해야 할 주요 통계들을 살펴봤다.


#폭로 후 먹고사니즘

성범죄 문제를 제기한 여성이 현재까지 해당 직장을 다니는 비율은 고작 28%다. 72%는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일을 그만뒀다.

이 뿐인가. 성범죄 문제를 제기한 이들 중 53.4%가 파면, 해고 등 신분상 불이익을 봤다. 따돌림이나 폭언 등 정신적 괴롭힘을 당했다는 이들도 53.4%나 됐다.

이쯤되면 다른 숫자는 의미가 없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만 남을 뿐이다. 


#애초부터 잉태된 김기덕 마초문화

방송업계 종사자 중 비정규직 여성은 60.7%에 달한다. 남성 비정규직 39.3%에 비하면 배 가량 많다.

영화계 종사자 중 음담패설이나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를 받은 경험이 있는 여성은 35.1%다. 영화계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중 10명 중 3명(29.7%) 은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를 받았거나 원치 않는 술자리에 불려간 적이 있다고 했다. 비뚤어진 김기덕이라는 권력자가 나타날 수 있는 토양이 이미 조성돼 있었다는 얘기다. 


#애초에 심각한 성비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이나 채용 과정에서부터 여성 차별이 심하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30대 공기업과 30대 대기업의 신입 여사원의 비율은 각각 21.9%, 19%에 그쳤다.

성비 불균형이 심하다고 아무리 목소리를 외쳐도 변한 것은 없었다.


#손가락 빠는 정부

미투에서도 정부는 언제나 사후약방문에 그쳤다. 일이 커지고 나서야 부리나케 대책을 마련한다.

문화부는 그동안 여성문화 인사들의 호소를 방관했고, 여성가족부는 미투가 전 사회적인 문제로 불거지고 나서야 ‘직장 및 문화 예술계 성희롱ㆍ성폭력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성희롱 사건 접수 후 고용노동부의 처리 결과를 보자. 2012년부터 4년간 성희롱으로 기소된 사건은 9건에 그쳤다.


#젠더 감수성의 격차

‘젠더 감수성’은 미투를 바라보는 또 다른 프리즘이다.

여자들이 조심하면 성폭력을 줄일 수 있다고 하는 남성들은 55%에 달한다. 강간을 신고하는 것도 상대에 대한 분노나 보복심 때문에 거짓말을 한다고 하는 남성들도 31%나 된다.

남성이 성희롱을 당하는 피해자라면 어떻게들 생각할까? 그럼 이런 통계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kul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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