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AI 컬링 프로그램, 日 디지털컬링 대회서 우승

- UNIST 최재식 교수팀, 자가학습 기반 딥 러닝으로 최적 전략 수립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의 최재식 교수와 김솔아, 이교운 대학원생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컬링 프로그램이 일본에서 열린 ‘디지털 컬링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디지털 컬링 대회는 AI 프로그램이 컴퓨터 공간에서 컬링 경기를 치르는 게임이다. 올해 대회에는 최재식 교수팀과 일본팀 5곳이 참가했다. 최 교수팀은 7승 3패로 공동 1위에 올랐고, 플레이오프 게임에서 2승을 추가해 최종 1위에 올랐다.

김솔아 학생은 “플레이오프 게임에서 승부를 벌인 3개 팀이 승률이 높기로 유명한 AI 컬링 프로그램”이라며 “일본보다 늦게 개발하기 시작한 AI 프로그램이지만 성능만큼은 세계 수준임을 입증해 뿌듯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디지털 컬링 대회에서 우승한 UNIST 연구진. 왼쪽부터 이교운, 김솔아 학생, 최재식 교수.[제공=UNIST]

컬링은 상대를 파악하고 복잡한 전략을 세워 정교하게 수행하는 경기로 ‘빙판 위의 체스’라고도 불린다. 최적의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점에서는 바둑과 유사한데, 실제로 전략을 세우는 건 훨씬 복잡하다. 빙판 위 스톤(stone)이 위치할 경우의 수가 무한대에 가깝고, 스톤 충돌이나 빙질에 따른 불확실성, 경기수행능력 등 변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컬링 대회에서 활용하는 컬링 시뮬레이터 장면.[제공=UNIST]

최 교수팀은 AI 컬링 프로그램에 알파고의 자가학습 딥 러닝(Deep Learning) 기술과 연속공간을 효과적으로 탐색하는 커널 회귀(Kernel Regression) 기법을 적용해 스스로 이기는 전략을 수립하도록 만들었다. 자가학습 딥 러닝은 경기 상황에서 유리한 투구 위치를 예측하는 네트워크(정책망)과 현재 상황에서 승률을 예측하는 네트워크(가치망)을 하나로 결합해 학습 속도와 성능을 최대화한다. 또 커널 회귀 기법은 기존 탐색정보를 사용해 적은 수만 고려해도 최적의 전략을 찾아낼 수 있게 한다. 이를 기반으로 약 16만 투구 데이터를 초기학습에 이용했고, 이후 스스로 생성한 약 450만 투구 데이터를 통해 강화학습했다.

이교운 학생은 “컴퓨터상에서 벌어지는 게임이라 현실에서 사람과 컬링 경기를 할 때와 조금 차이는 있다”면서도 “기존 전략들을 학습해 최적의 전략을 짜내는 알고리즘은 컬링 선수들의 훈련이나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팀의 AI 컬링 프로그램은 지난 8일 열린 ‘인간-로봇 컬링 대결’에서 활약한 AI 컬링 로봇, 컬리(Curly)에도 활용됐다. 두 학생은 자신들이 개발한 AI 프로그램을 직접 로봇에 적용하면서 AI 기술을 보편화시키는 부분도 간접 경험했다.

이교운 학생은 “사람을 대신해주는 인공지능 기술은 여유를 만들고,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게 될 것”이라며 “현실세계를 반영한 모델이나 알고리즘을 개발해서 실제에 적용하면서 AI 기술 발전을 돕겠다”고 밝혔다.

한편 디지털 컬링대회는 2015년 3월 일본 전기통신대학(UEC)에서 처음 시작해 올해 4회를 맞았다. AI 프로그램이 경기를 펼치는 가상의 컬링경기장은 UEC에서 개발한 시뮬레이터를 활용한다. 이 시뮬레이터는 컬링 경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변수를 적용한 컬링경기장을 꾸리며, 여기서 AI 컬링 대회가 진행된다. 2016년부터 UEC가 새로 마련한 GAT의 공식 종목으로 편성됐다.

구본혁기자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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