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PAS]펜스룰 찬성하는 ‘미투불편러’…그들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TAPAS=윤현종ㆍ신동윤 기자]미투(Metoo)운동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투운동을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매우 불편하다고 한다. ‘미투불편러’다.

물론, 아주 당당하진 않다. 그래도 조금씩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펜스룰 논란도 그 일환. 도대체 무엇이 그리 불편할까? 직접 만나서 물어봤다. 공식 인터뷰 승락까진 어려웠으나, 미투불편러를 만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의외로, 주변에, 꽤 많다. 

TAPAS가 미투운동과 관련한 ‘솔직한 입장’을 듣고자 섭외한 인터뷰이들. 말 할 수 있지만 신원은 밝힐 수 없다 했다. 취재 승낙 후 중간에 "미안하다"며 거절한 이도 상당했다. [사진=TAPAS]

#미투불편러(a.k.a. 펜스룰은_진리)

“지금 미투운동은 소수 변태적 남자들과 소수의 굉장히 예민한 여자들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남녀가 같이 피해를 받는 상황이라고 봐요.”

대학원생 A(25) 씨의 목소리엔 짜증이 묻어났다. 소수의 남성과 예민해진 여성 때문에 본인을 비롯한 ‘일반 남성’이 화풀이 대상이 됐다고 생각한다. 펜스룰에 대해서도 A씨는 “화풀이에 대한 정상적인 남자들의 방어기제가 바로 펜스룰(Pence rule)”이라고 했다.

펜스룰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2002년 인터뷰에서 “아내 외 여자와는 절대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고 한 발언에서 유래한 용어다.

A씨가 생각하는 펜스룰은 ‘합리적 선택’이다. “성추행 등이 피해자 증언에 따라 수사가 진행되는 측면이 있으니, 가해자를 유죄로 추정하는 부분이 적용될 수밖에 없죠. 한 번 오해로 사회적으로 매장될 수도 있는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여성과 아무렇지 않게 관계를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죠.”

A씨는 주변에도 ‘미투불편러’는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40대 이상 선배들은 ‘여자들과 일 못하겠다. 무서워서 말도 못 걸겠다’는 말씀들을 하시죠.”


#스틸_펜스맨(feat. 철벽남)

“남자는 나름대로의 자기방어가 필요하죠. 여자도 여자 나름의 자기방어를 해야 된다고 봐요.”

회사원 B(36) 씨는 확고했다. 최근 여러 사건을 본 뒤 아주 친한 동료라도 이성이라면 대하는 게 불편해졌다. 툭툭 치지 않는 것은 물론, 아예 여성과의 물리적 접촉 자체를 엄금하고 있다. 차라리 힘들게 일하는 걸 선택하겠다고 했다. 혹시 모를 리스크, B씨는 차라리 그보다 업무의 불편함을 감수하겠다는 것.

요즘 인터넷엔 ‘펜스룰 만화’가 퍼지고 있다. 썸남썸녀가 키스나 신체적 접촉 직전 ‘계약서’를 작성하는 내용이다. B씨도 이 만화를 봤다. “성관계 전에 각서를 쓰는 등의 내용이 공감되더라고요. 진짜 이렇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Without_me(a.k.a. 어쨌든_난_아냐)

“미투 운동 가해자는 극소수의 권력자 아닌가요? 가해할 수 있는 권력이 없는 사람이 90% 이상이고, 저 역시 그 속에 들어가 있거든요.”

직장인 C(38) 씨는 최근 미투 운동으로 남성 전체가 잠정적 범죄자가 되는 데에 불편함을 느낀다. 최근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들은 기본적으로 욕망을 이성으로 통제하지 못하는 남성이라고 C씨는 생각한다.

“여성과 성관계를 하고파하는 욕망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절제하는게 당연해요. 근데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사람들은 너무 친해지거나 술자리 등을 통해 이성적 판단이 흐려지는 우를 범한거죠.”

가해자의 잘못은 분명하지만, 문제제기 역시 합리적 의심을 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고도 했다. C씨는 “자칫 한번 누명 때문에 사회적으로 되돌릴 수 없는 치명상을 입고 가족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며 “무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한번쯤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진욱은_불쌍하다

“좀 됐지만, (무고로 피해를 본 영화배우) 이진욱 사건도 있잖아요. 판결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가해자로 명시되서 알려졌죠”

13학번 대학생 D씨는 무고죄 얘기를 먼저 꺼냈다. 미투운동이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지만 무고한 피해자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느 선부터가 성범죄인지도 혼란스럽다고 했다.

“전 주변에 ‘실수’ 한 적이 없어요. 하지만 (성폭력, 특히 성추행의 경우) 여성분이 성적 수치심만 느껴도 추행이라고 하는데, 남성이 여성 어깨에 손을 올리는 것도 수치심을 유발한단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성추행의 범위를 포괄적으로 설정한다면 안 걸릴 사람이 없지 않을까요”


#펜스룰과 미투불편러

결국, 남성ㆍ여성이 공존할 방법을 모색하는 게 숙제다. 한 활동가는 “미투운동 초기엔 남성도 함께 분노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극단적 얘기까지 나오는 것 같다”며 “미투운동을 어떻게 정의내리고 해결할지 남녀가 함께 고민할 때”라고 했다. 오히려 미투불편러, 펜스룰 등의 논란이 남녀 간 갈등을 더 심화시킬 것이란 이유에서다.

미투불편러가 불편하다는 시각 역시 있다. 직장인 K(38) 씨는 “불편하다고 느낄 게 아니라 ‘비정상의 정상화’ 같은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불편한 게 아니라 원래 그래야했던 거죠. 그렇다고 미투불편러 같은 사람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이번 기회에 서로 공개적으로 얘기하며 접점을 찾는 것, 그런 문화가 필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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