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로펌 압수수색…비밀보호권 어쩌나

최인호 로비의혹 수사 관련
두번째 ‘법무법인 강제수사’
변호사 의뢰인 상담내역 침해
비밀 발설안할 의무 흔들려

최인호(57·사법연수원 25기) 변호사의 수사무마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또다시 로펌 압수수색에 나섰다. 법조계에서는 의뢰인과의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변호사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고검 수사팀은 최근 엔터테인먼트 업체 전 대표 조모 씨의 변호사가 근무하는 법무법인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조 씨는 최 변호사와 한 때 동업관계에 있던 인물로, 의뢰인 승소자금 횡령과 이를 바탕으로 한 주가조작 사건 관여 의혹 등을 검찰에 제보하기도 했다.

최 변호사 사건으로 수사팀이 로펌을 압수수색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12월에는 최 변호사가 관여한 ‘홈캐스트’ 주가조작 사건에 관여한 대형 로펌이 검찰 강제수사를 받았다. 이 로펌은 홈캐스트 사건 투자자로 재판에 넘겨진 원영식 W홀딩컴퍼니 회장 변호를 맡았던 곳이다.

검찰이 의뢰인의 상담 내역을 보유하고 있는 로펌을 상대로 직접 수사 자료를 건네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2016년 8월에는 롯데그룹 경영비리를 수사하던 검찰이 조세포탈 혐의와 관련해 한 대형로펌을 압수수색하며 논란이 일었다. 롯데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서미경 씨와 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 넘겨주는 과정에서 조세문제를 자문했던 로펌이었다.

변호사업계에서는 변호사의 의뢰인 비밀 보호권(Attorney-Client Privilege· ACP) 침해 소지가 크다는 의견이 많다. 변호사는 의뢰인과의 상담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발설하지 않을 의무를 진다. 검찰이 법률자문을 맡은 변호사를 통해 증거를 수집하게 되면 그만큼 피의자의 방어권이 부당하게 제한된다는 논리다. 판사 출신의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ACP 보장을 명문화한 변호사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변호사와 의뢰인 간 비밀리에 이뤄진 의사교환 내용, 변호사가 의뢰인을 위해 작성한 법률자문 등 자료는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롯데 신격호 회장 사건에서 검찰은 로펌 자문 자료를 받아내 이를 토대로 혐의를 구성해 기소했지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면서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을 받았다.

검찰이 최 변호사 사건으로 로펌 압수수색을 반복하는 것 역시 거꾸로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 씨는 최 변호사를 처벌해달라는 진정을 수차례 제기하는 등 검찰에 수사 단초를 제공했다. 최 변호사 처벌을 위해 검찰 수사관에게 뇌물을 건네 수사정보를 빼내기도 했다. 검찰 수사 기초를 제공한 조 씨의 제보를 마냥 신뢰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검찰은 수사팀 인력을 2명 보강하고 최 변호사의 ‘수사 무마 로비’ 실체를 파악 중이다. 동시에 조 씨가 최 변호사 처벌을 바라고 무고한 점이 드러날 경우 처벌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정보 유출 혐의를 받았던 검사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서울고검이 무리한 수사를 강행한다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좌영길 기자/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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