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조민기 사망 그 후, “미투 계속 돼야” vs “일부 무차별 폭로는 문제”

-“미투 부작용 개선해야” 청원만 수십 개
-“미투 위축되선 안돼” 지지의견은 견고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성추행 의혹을 받던 배우 조민기 씨가 사망하면서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미투 운동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를 놓고 다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익명의 증언으로 이뤄지는 무차별식 폭로는 검증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신중론이 그것이다. 물론 이제서야 겨우 용기를 낸 피해자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해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대다수인 것은 분명하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청주대 교수로 역임할 당시 학생들을 잇따라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조 씨는 이날 경찰 소환 조사에 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9일 조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경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조 씨의 사망이 알려진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미투 운동의 부작용을 막아달라는 취지의 청원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청원자는 “미투 운동은 오랫동안 억압되어온 여성인권 신장의 획기적인 계기라는 점에서 지지한다”면서도 “우리나라에서의 미투운동은 익명성 뒤에 숨은 무분별한 저격식 폭로, 의혹의 당사자 뿐 아니라 그 가족들에게까지 가해지는 잔혹한 인신공격, 아니면 말고 식의 무분별한 언론보도 등으로 그 본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며 미투 운동의 부작용을 막을 가이드라인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다른 청원자는 “미투 운동이라는 것이 자신을 밝히고 소신있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용기있는 행동에 많은 사람들은 격려하고 응원을 보내는 것인데 최근 들어 신분을 숨기고 아무런 증거도 없이 인터넷을 통해 폭로하는 ‘유사 미투’가 늘어가고 있어서 미투 운동에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변질된 유사 미투는 개인간의 피해도 크지만 국가적 망신이 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을 촉구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조 씨 사망으로 미투 운동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의 사회학과 교수는 “성범죄 피해 사실을 폭로하면 불이익만 당하던 피해자들이 이제 겨우 용기 내 입을 열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는데 이들에게 조 씨의 사망의 책임을 떠 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며 “미투 운동은 활발하게 진행됐지만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이런 비극은 피해자들이 원했던 결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투 운동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선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사회학과 교수는 “미투 운동이 활발하게 이뤄진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사실관계가 정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느 한 쪽의 주장을 극단적으로 몰고 가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이 익명으로 피해 사실을 폭로할 수 밖에 없는 현행 법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는 피해자가 사실을 적시해 공개하더라도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실제로 일부 가해자들은 이 조항을 악용해 피해자들을 고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피해자들은 익명의 폭로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앞서 이같은 비판이 이어지자 정부는 얼마 전 미투 대책의 일환으로 미투사건 수사 과정에선 위법성의 조각사유(형법 310조)를 적극 적용해 성폭력 피해자가 처벌받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미투 폭로에는 명예훼손죄를 적용해 기소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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