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의 시대…“뻔한 선물 대신 찐한 마음”

사탕·초콜릿은 소포장 제품 선호
명품백 등 고가선물은 서로 부담
액세서리·화장품 등 실용성 주목
잠깐 보고 버리는 꽃바구니 비추

화이트데이(3월 14일)를 앞둔 지난 주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나들이 인파로 북적였지만 지하 1층 푸드마켓 내 사탕 특설 매대는 비교적 한산했다. 서너명 가량 매대 앞을 서성였다. 대부분 가족과 지인 선물용으로 5000원 이하 소포장 세트를 여러개 구매해가는 경우였다. 부부로 보이는 한 남녀는 유치원 다니는 아이의 친구들과 교사에게 선물한다며 소량이 포장된 사탕세트 여러개를 쇼핑백 2개에 채워갔다.

지난해 화이트데이에도 매대를 담당했다는 한 직원은 “아직 며칠 남아서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경기가 어렵고 해서 그런지 작년보다는 조용한 분위기”라며 “젊은 남자들보다 회사 동료들에게 선물용으로 사가는 직장인이 더 많은 것 같다”고 했다. 

화이트데이를 앞두고 화려한 포장의 사탕 선물보다는 선물상대의 취향을 고려한 다양하고 실속있는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11일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 1층 푸드마켓 내 화이트데이 특설 매대에서 소비자들이 사탕 등을 고르고 있다.

푸드마켓 내 수제사탕 매장에선 소포장된 세트 6개를 한꺼번에 사가는 20대 여성 소비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직장 동료들에게 나눠주려고 샀다”며 “팀원들과 워낙 친하게 지내기도 하고 사회생활에 이런 센스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소소하게라도 준비하려고 하는 편”이라고 했다.

지난 11일 약 30분간 여러 매대를 오가며 지켜본 결과, 고가의 대규모 세트 상품을 사가는 소비자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한 초콜릿 매장에서 6개들이 세트를 구매한 30대 남성은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향수가 있어서 선물로 미리 사뒀는데 사탕이나 초콜릿을 아예 안주긴 그래서 성의 표시 정도로만 샀다”고 했다.

매대에 오른 상품의 포장도 과거보다 단출해진 모습이었다. 인형이나 조화 등을 끼워넣어 몸집을 불린 상품은 찾아볼 수 없었다.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고려해 구색은 늘렸다. 초콜릿을 주는 날인 발렌타인데이(2월 14일)는 지났지만 페레로로쉐, 리터스포트 등 소비자 선호도 높은 브랜드 초콜릿이 여전히 매대를 지켰다. 특설 매대 담당 직원은 “요즘엔 화이트데이에 사탕보다 초콜릿이 더 잘나간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젤리, 쿠키, 마카롱 등 ‘대체품’도 화이트데이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다. ‘의례적으로 사탕을 건네기 보다 받는 사람이 좋아할 만한 선물을 하는 게 낫다’는 젊은층의 인식이 반영된 풍경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달콤한 간식과 함께 연인에게 건네는 선물로도 실속형 상품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금세 버려지는 꽃다발이나 고가의 명품백보다는 합리적 가격대에 사용 빈도는 높은 액세서리와 화장품 등이 인기다.

실제로 최근 PMI 설문조사 결과 선물을 받는 여성의 위시리스트 1순위도 ‘시계ㆍ액세서리ㆍ주얼리’(23.5%)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고속터미널 화훼상가 내 매장 관계자는 “몇년 전만 해도 화이트데이 일주일 전부터 꽃바구니 주문이 하루 10~20건은 들어왔는데, 올해는 주문 들어온 걸 다 합쳐도 20건이 안된다”고 했다.

반면 신세계 강남점에 위치한 한 액세서리 매장에는 이날 쇼핑객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졌다. 다만 이곳 점원은 “예전엔 혼자 사러오시는 남자분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커플이 같이 와서 골라가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며 “아무래도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젊은 분들이 늘고있는 영향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이혜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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