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수위 어느정도?…南·北·美·中 복잡한 셈법

美 ‘핵폐기’ 수준 최고수위
北 수용 수준 분석 제각각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미국에 전달하면서 비핵화 수위에 대해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이 과연 어느 정도 수위의 비핵화를 수용할 지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은 지난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북 결과를 설명하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를 언급했음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정부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미국이 줄곧 주장해 온 북한의 비핵화 수위는 ‘CVID’가 핵심으로, 완전하고(complete), 검증가능하며(verifiable), 돌이킬 수 없는(irreversible) 핵폐기(denuclearization)를 말한다. 북한의 핵무기를 뿌리째 뽑아 다시 만들 수 없도록 완전히 없애겠다는 의미로,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가장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미국은 이달 초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통화 후 내놓은 발표문에서 “양국 정상은 북한과의 어떤 대화도 CVID라는 분명하고 확고한 목표를 갖고 진행되어야만 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CVID’라는 표현을 쓴 건 이때가 처음이다.

문 대통령 대북특사단은 5~6일 방북했고, 8~11일 방미해 방북 성과를 설명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북미정상회담 제안을 수락했다. 이는 북한이 미국의 CVID 비핵화를 수용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여전히 북한이 CVID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제기된다.

미국의 대표적 민간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9일 발간한 북미정상회담 관련 보고서에서 “김정은의 비핵화가 미국이 줄곧 요구해 온 CVID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북한이 미국이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비핵화에 쉽게 응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순진한 생각”이라며 우려했다.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스인홍 중국 런민대 교수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일부만 폐기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미국과 북한이 큰 틀에서 합의해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는 대신 체제안정을 보장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핵 카드로 북한이 받아내려는 보상은 북미수교”라며 “북미정상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에 합의하고 북한의 비핵화까지는 빨라야 5~6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러한 북한 비핵화 및 북한 체제안정 보장을 담은 로드맵은 이미 과거 6자회담에서 도출된 바 있다.

2005년 제4차 6자회담에서 합의된 9.19 공동성명은 북한 핵포기와 미국의 북한 체제안정 보장을 골자로 한다.

2007년 6자회담 결과물인 2.13 합의에 따르면 향후 북한 비핵화 과정은 ▷북한 영변 핵시설 폐쇄 ▷국제원자력기구(IAEA) 요원 북한 파견▷6자회담국과 북한의 핵프로그램 목록 협의 순으로 진행된다.

북한은 지난해 9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용 수소폭탄으로 6차 핵실험을 했다고 밝혔고, 지난해 11월 말에는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1만3000㎞의 ICBM 화성-15형을 시험발사했다. 핵과 미사일 개발에 있어 9부 능선을 넘은 북한에게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남은 과제로 알려져 있다.

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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