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데이 D-2 풍경 ②] 3월의 男 “사탕만이 아니죠, 와인도 삽니다”

-3월 와인 남성고객 매출 비중, 1년 중 가장 높아
-‘와인 성수기’ 크리스마스 제친 수준으로 눈길
-와인대중화 외 남성 구매력 높아진 추세도 반영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화이트데이엔 여성분들 좋아하는 달콤한 스파클링 와인이랑 빛깔까지 예쁜 로제와인 등이 잘 나가죠.”

지난 11일 찾은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푸드마켓 내 와인 매장에선 한 점원이 남성 고객에게 시음잔을 건네며 와인 설명에 한창이었다.

화이트데이를 며칠 남겨두고 있다보니 매장은 유독 남성 고객들로 북적였다. 와인 몇 종류를 시음하던 한 30대 남성은 “여자친구가 달달한 와인을 좋아해서 추천해주신 걸로 사야겠다”며 로제와인 한병을 사들고 매장을 빠져나갔다. 

신세계백화점이 화이트데이를 앞두고 단독 론칭한 스파클링 로제와인 ‘록 벨레어’ 연출컷. [제공=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월별 와인장르 내 남성고객 매출 비중을 살펴본 결과 화이트데이가 있는 3월이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고 12일 밝혔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특수가 있는 12월의 남성 매출 비중은 24.2%였던 반면, 3월 매출 비중은 32.2%로 더 높게 나타났다. 화이트데이가 크리스마스를 넘어서는 ‘와인 성수기’로 떠오른 것이다.

조은식 신세계백화점 주류담당 바이어는 “와인만이 주는 분위기와 독특한 향 등이 화이트데이에 로맨틱한 분위기를 한껏 돋울 수 있어 연인, 가족과 함께하는 남성들의 와인 소비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올 들어서도 화이트데이를 준비하는 고객들로 이달 1일부터 8일까지 신세계백화점 와인 매출은 전년보다 23.5%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와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레드와인 뿐 아니라 화이트와인, 스파클링와인 수요도 늘어 해마다 매출이 30%씩 신장하고 있다고 신세계 측은 밝혔다.

고품질 와인을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는 매장이 많아지면서 와인이 기념일 필수품으로 대중화된 데다,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도),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등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미식을 즐기는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남성 고객이 백화점 ‘큰손’으로 부상한 소비 트렌드도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서 2010년 28% 대에 그쳤던 남성 매출 비중은 2011년 처음 30%를 넘어섰다. 지난해엔 34.1%까지 치솟았다.

특히 지난해 명품을 구매한 30대 고객 여성보다 남성이 더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남성은 14.1% 성장한 반면 여성은 2.0% 소폭 증가에 그쳤다.

30대 남성 고객들이 그간 백화점 큰손이었던 30대 여성을 밀어낼 수 있었던 것은 결혼을 미루거나 하지 않고 ‘나’를 위한 가치 소비에 집중하는 남성들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업계 관계자는 분석했다.

이에 유통가는 남성 소비자 잡기에 공들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2016년부터 본점과 강남점을 리뉴얼해 100여개 남성 럭셔리 브랜드와 남성 전문관을 선보였으며, 최근엔 업계 최초로 남성 전용 제휴카드를 내놓기도 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해 선보인 ‘다비드 컬렉션’ 등 남성 전문 편집숍을 올해 더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역시 자전거, 피규어 등을 취급하는 ‘맨즈관’을 운영하며 남성고객 유치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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