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美 이례적 ‘톱-다운’ 비핵화 협의…외교ㆍ국무부 패싱 논란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한반도 정세의 최대 분수령이 될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핵문제 주무부처인 외교부와 미 국무부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한미 양측 외교수장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은 각각 베트남ㆍ싱가포르(7~10일) 출장과 아프리카 순방(6~12일)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을 결정하는 자리에 있지 않았다. 북한의 비핵화를 실무적으로 검증하고 향후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를 전개해야 할 주무부처가 남북ㆍ북미 정상회담 준비에 배제되면서 한미 양국 정부의 ‘톱-다운’식 협상이 갖고 있는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 [사진=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국무부 패싱은 인사 공백에서 드러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문제를 타진하기 위해 ‘최대한의 압박’을 강조하며 예산을 국방부에 집중적으로 편성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2019 회계연도 국방예산은 전년 대비 13% 늘었지만, 국무부는 29%가 줄었다. 아울러 한국을 포함한 40여개국 미국대사를 포함한 국무부 내 3000여 자리가 공석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북미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검증을 위한 실무협의를 진행할 6자 회담 수석대표 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공석인 상태다.

북미 정상회담 준비 및 전문성이 과제로 떠오르자 틸러슨 장관은 12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순방을 하루 일찍 마무리하고 귀국길에 오르기로 했다. 스티븐 골드스타인 미 국무부 공공외교 정책 차관은 ‘북한과의 회담 준비를 위한 업무 및 관세문제 조율’ 등을 이유로 틸러슨 장관이 귀국일정을 앞당기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틸러슨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 “매우 초기단계”라며 “그들(북한)로부터 어떤 것을 직접 듣기를 기대한다. 언론을 통해 떠도는 아이디어들로 (정상회담 준비를) 시작하고 싶지 않다”며 북측과의 직접소통하고 싶은 의사를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무부 패싱’으로 국제관계학적 시각에서의 비핵화 협의가 누락되는 것을 우려한 발언이다. 하지만 틸러슨 장관 본인도 국무부 관료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을 중심으로 실무협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외교부는 인사에 공석이 있지는 않지만, 북한과의 협상을 조율하는 자리에서 줄곧 배제됐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특사자격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할 때도 조윤제 주미대사 외에 외교부 본부 인사는 아무도 없었다. 통상 북미국장이나 한반도평화교섭본부 인사가 배석해왔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강 장관은 15~17일 틸러슨 장관과 회담할 예정이지만, 양국 외교수장 차원의 공조 확인을 하는 수준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평창동계올림픽 계기 마련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비밀회동에 대한 조율도 외교부가 아닌 청와대와 국정원 차원에서 이뤄졌다. 여기에 외교부는 펜스-김여정 회동일정을 인지하고 있지 못한 반면, 국무부는 사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의 ‘외교부 패싱’ 논란은 노무현 정부 당시 형성된 불신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외교부 관계자는 “당시 정부는 남북대화 및 북핵협의에 외교부가 제 역할을 못한다고 인식했다”며 “기본적으로 친미 혹은 친일 성향이 강하다고 생각해 불신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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