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깨질라…南·北·美 극도의 신중모드

靑, 정상회담 의제 등 말아껴
특사단 주변국 돌며 동분서주
속도조절 美, 北 대화제의 요청
北은 내부에 정상회담 안알려

북핵문제와 한반도정세에서 중대 분수령이 될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한과 미국은 극도로 조심스런 모습이다.

표면적으로 보기에 한국과 미국 외교가의 발걸음은 부쩍 바빠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대표단으로 평양과 워싱턴을 찾았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3일 중국에 이어 러시아로 향하고,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같은 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만나 방북ㆍ방미결과를 설명한 뒤 귀국한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오는 15일 방미길에 오를 예정이며, 아프리카 순방에 나섰던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북미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조기 귀국길에 올랐다. 그러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한과 미국 모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고 있다.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 의제 등과 관련해 다양한 관측이 쏟아지는 데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남북정상회담 의제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면서 대북 특사단 파견 때 이미 합의한 남북 정상간 핫라인 설치에 대해서도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가 꾸려지고 난 뒤 그 단위에서 하지 않겠느냐”며 “주초 인선이 이뤄지고 주말께 회의를 하면 그 이후 실무협의가 이뤄질 것”이라고만 말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오는 4월과 5월 예정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사실상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전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 기회를 제대로 살려내느냐 여부에 대한민국과 한반도의 운명이 걸려있다”고 강조했고, 청와대 참모진에겐 남북대화와 북미대화와 관련, “유리그릇 다루듯 다루라”고 지시했다.

미국도 속도조절에 나서는 듯한 모습이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귀국 전 나이지리아에서 현 상황에 대해 “매우 초기 단계”라며 “장소나 대화 범위 등에 대한 합의에 필요한 몇 가지 조치들이 있을 것이고, 이러한 것들이 답변을 듣고 싶어하는 질문들이지만 ‘느긋하라’고 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내에서는 북미정상회담이 준비 없이 진행되고 북한의 핵ㆍ탄도미사일 기술 진전으로 이어졌던 과거의 실패를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틸러슨 국무장관이 북한을 향해 “우리는 어떤 것도 직접 듣지 못했다”면서 “직접 듣기를 기대한다”며 북한의 공식적인 대화제의를 요청한 것도 정상회담에 앞서 안전판을 세우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반면 북한은 지난 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을 접견하고 만찬을 가졌다는 소식을 전한 이후 일주일이 지나도록 남북정상회담이나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한 공식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북한 주민을 접촉한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오사카사무소 대표를 인용해 정작 북한 주민들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소식을 전혀 모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그동안 최대의 적이라고 설명해 온 미국과 대화에 나서고 수십년간 큰 희생을 감내하며 개발한 핵ㆍ탄도미사일을 포기하는 문제를 대내외에 어떻게 설명해야할 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신대원ㆍ문재연 기자/shind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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