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독일을 유독 싫어하는 이유…악연의 가족사

[헤럴드경제=이슈섹션]독일 팔츠 권역의 칼슈타트에서 태어난 조부를 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4년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독일 피를 가진 것이 자랑스럽다. 의심의 여지가 없고, 대단한 일이다.” 대통령이 되기 전 일이다.

유력 대중지 빌트에 따르면 트럼프의 할아버지 프레데리크는 칼슈타트에서 이발사 일을 배웠지만, 1885년 16세 나이로 홀연 미국으로 떠난다. 그 시절 미국은 골드러시 바람이 일던 때다. 그 틈에 프레데리크는 아마도 성매매 업소를 경영하면서 돈을 번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이를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 왕조(트럼프 가문)의 초석이 놓았다.

[사진=연합뉴스]

빌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 위협이 특히 독일을 겨냥하고 있는 상황에 닥쳐 “트럼프는 왜 독일인들을 계속 책망하며 트집 잡는가”라고 묻고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제시하며 이같이 전했다.

“나는 좋은 유전자를 가졌다”라며 독일 이민자 배경을 자랑스러워 했던 손자 트럼프는 그러나,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서부터 태도가 확연하게 달라진다.

‘트위터 정치’로 잘 알려진 그의 2017년 5월 트윗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독일과 교역에서 너무 많은 적자를 본다. 그리고 독일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의존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을 분담한다. 이건 미국에 너무 나쁘다. 바뀌어야 한다.”

빌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결적 태도를 독일과의 악연으로 종결된 가족사(史)에서 먼저 찾았다. 골드러시 기회에 부유해진 조부 프레데리크는 같은 칼슈타트 출신의 아내를 위해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길 원했지만, 당시 관할 바이에른 주 당국이 병역 의무를 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의 국적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프레데리크는 이후 ‘드룸프’에서 미국식 ‘트럼프’로 성을 바꾸고 뼛속까지 미국인으로 변모한다.

2차 세계대전 기간 뉴욕 복지주택건설로 돈을 벌던 트럼프의 부친 프레드는 프레데리크에게서 이런 말까지 들었다고 한다. “전쟁이 끝나면 너는 독일인으로서 아파트를 팔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이제) 스웨덴인이야”. 바로 이런 연유에서 트럼프 가문의 출발이 칼슈타트였다는 것이 알려지기까진 수십 년이 필요했다.

빌트는 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적으로 보는 트럼프, 그러나 그 오바마의 역사적 베를린 방문을 그것도 2008년 미국 대통령선거 운동 기간에 허락한 독일을 트럼프는 잊지 못할 거라고 짚었다. 오바마는 집권 기간 세계 유수의 지도자 중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가장 가깝게 지내기도 했다.

독일인들에게 인기가 최악인 것도 트럼프의 반 독일 감정의 바탕이다. 미국 대선 직전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당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지지한 독일인은 8%에불과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반면에 69%의 지지를 받았다.

이웃나라 멕시코에 장벽을 쳐서 무분별한 이민을 막겠다고 했던 트럼프의 우익포퓰리즘 정책이 메르켈 총리의 난민개방 정책과 대척점에 위치한 것 역시 트럼프의 독일에 대한 태도를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열쇠로 지목됐다.

“큰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라고 트럼프가 더러 평하는 대상 인물, 즉 메르켈의 존재 자체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집권 초반 미국으로 날아가 그를 만난 메르켈 총리는 접견실에서 악수를 사실상 거부당했고, 둘의 ‘케미스트리’가 안 맞는다는 것이 자명하게 드러났다.

아울러 양국 교역 규모가 1천710억 달러(182조 원)에 달한 가운데 미국이 보는 적자가 650억 달러(69조 원)나 되는 것도 독일을 겨냥한 트럼프의 공정무역 압박이 지속하는 이유다.

빌트는 “사실 도널드 트럼프는 뼛속까지 미국인, 그중에서도 무엇보다 뉴욕인이며 ‘아메리칸 드림’을 신봉할 뿐 아니라 그 자신이 이것의 최고 본보기라고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그의 우상은 석유 부호 존 D. 록펠러,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 또는 철도왕 코르넬리우스 밴더빌트”라고 지적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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