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새학기①]“아이 입시에 좋대서”…반짝 봉사활동에 정작 기관은 ‘부담’

-“내 봉사시간도 아이한테” 부모들 무리한 요구
-봉사 후 갑작스레 사라지기도…기관 측 ‘황당’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봉사활동 하러 온다는데 고맙죠. 그런데 오히려 일이 늘어나는 느낌이라…”

서울 광진구의 한 노인복지기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이모(30ㆍ여) 씨는 최근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학부모들의 문의전화 때문에 바쁘다. 새 학년을 맞아 봉사활동 시간을 쌓으려는 학생들과 자식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려는 학부모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123rf]

그러나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문의 전화가 많이 오더라도 이 씨는 부담스럽기만 하다고 답했다. 지난해에도 학기 초를 맞아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많이 몰렸지만, 의무 시간을 다 채우면 어느 새 연락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같이 온 학부모들도 이 씨에게는 부담이다. 봉사활동을 하며 “내 봉사활동 시간도 아이 앞으로 해달라”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해올 때가 잦다. 이 씨는 “봉사활동을 시키는 원래 취지가 이런 게 아닌데, 주객이 바뀐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잦다”고 말했다.

자녀가 새 학년을 맞은 학부모들의 주요 과제 중 하나가 자녀들의 봉사활동 기관을 찾는 일이다.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1년 동안 일정 시간의 봉사활동 시간을 강제할 뿐만 아니라, 입시에도 봉사활동 기록이 중요하게 반영되면서 학부모들은 이른바 ‘좋은 봉사활동’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정작 봉사자를 받는 기관에서는 학기 초 학부모들의 봉사활동 문의가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서울 성동구의 한 사회복지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김모(38) 씨도 요즘 봉사활동 자리를 찾는 학부모들의 전화가 많다고 했다. 그러나 김 씨는 “일부 학부모들이 문의 전화를 하며 ‘제 봉사활동 시간도 학생 이름으로 등록해줄 수 있느냐’고 먼저 물어보는 경우도 많다”며 “안 된다고 하면 아예 오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봉사활동 확인서에 쓰이는 활동 내역에 대해서 따지는 학부모들도 많다. 간단한 업무만 한 초등학생의 확인서에 ‘치매 노인의 생활을 도왔다’고 작성해달라는 요구가 있는가 하면, 입시와 직결되는 고등학생 학부모의 경우에는 “청소 등의 문구는 도움이 안 된다”며 뒤늦게 수정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부터 어린 학생과 어울리지 않는 봉사활동을 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김 씨는 “장애인 수발의 경우에는 경력이 오래된 봉사자들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내용을 학부모들이 확인서에 포함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곤란한 경우가 잦다”며 “학부모가 대신 한 내용을 확인서에 포함해달라고 하는 경우는 그나마 얌전한 편”이라고 했다.

그러나 자녀와 함께 봉사활동에 나서는 학부모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주부터 경기 하남에서 중학생 딸과 함께 봉사활동을 시작했다는 이성미(38ㆍ여) 씨는 “학부모 모임에서도 ‘공원 청소 등의 봉사활동은 오히려 학생부에 마이너스’라는 얘기가 들리다 보니 봉사활동에도 신경 써야 한다”며 “아이도 하기 싫어하고 일을 잘 못하다 보니 학부모가 같이 나서서 일해야 기관 눈치도 덜 보이는 것 같아 봉사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고 했다. 이 씨는 “직장도 있고 바쁜데, 굳이 아이와 함께 봉사활동을 하면서 보람보다는 불편함을 더 느낀다”며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이 정말 교육적인지 의문이 들 때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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