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서민 위한 경제정책의 역설…서민만 울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열 달. 출범 이후 활발한 소통과 적폐청산을 기치로 거침없이 달려온 문재인 정부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대북정책으로 대표되는 외교ㆍ안보와 경제 정책 분야에서다. 소탈한 스킨십과 과거와의 단절은 현 정부 국정운영의 핵심 동력이었다. 과거 정권과의 차별화가 부각될수록 국민들은 신선함에 환호했다. 70%의 ‘콘크리트’ 지지율이 유지됐던 비결이다.

신선함은 곧 익숙함으로 변하는 게 세상의 이치다. 소통과 적폐청산은 일상이 됐다. 국민들은 눈을 현실로 돌리고 있다. 다름 아닌 살림살이다.

현 정부의 핵심 지지기반은 서민이다. 하지만, 이들이 정치의 영역에서 삶의 현실로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자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변하고 있다. 정책의 목적과 명분은 충분히 공감을 얻었다. 하지만, 정책이 낳은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공교롭게도 정부가 중점을 두는 정책의 피해는 영세자영업과 중소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역설적이다.

소득주도 성장의 간판 정책으로 꼽히는 최저임금 인상은 물가 인상의 단골 변명이 됐다. 소득은 늘었지만, 구매력은 떨어졌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늘어난 인건비 부담을 호소한다.

‘저녁이 있는 삶’의 실현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정책의 목적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 한계기업이 태반인 중소기업의 현실에서 ‘일과 삶의 균형’의 구호는 곧 기업의 생사와 바꿔야 할 이름과 같다.

강남 잡기에 집중하는 부동산 투기 규제책도 대증적 처방에 연연하다 공연히 시장만 왜곡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은 정책의 목표 또한 불분명해 보인다. 고가주택 시장을 잡겠다는 것인지, 서민들이 거주할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고가주택 시장은 여전히 강세다. 반면 수도권 외곽과 지방 주택 시장은 열기가 확연히 가라앉았다. 서민들은 ‘또 우리만 당했다’며 울상이다.

최근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한 평가를 두고 부쩍 ‘탁상공론’이란 말이 자주 회자된다. 정부 정책이 현실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 1월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CEO(최고경영자) 조찬간담회에서 ‘혁신, 경제를 바꾸는 힘’이란 주제의 강연에서 말미에 ‘정책 실패’(policy failure)를 언급했다. 김 부총리는 좋은 정책과 제도를 만들고 집행수단까지 구비했는데도 정책 실패가 나타나는 이유는 현장과의 괴리 때문이라 했다. 탁상공론과 정책실패의 두 키워드는 맥이 닿아 있다.

살림살이는 과정을 중시하지 않는다. 먹고사는 문제는 결과의 영역이다. 체감할 만한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 적어도 현재까지의 현실은 만족스럽지 않다. 현 정부의 주류 세력은 정치와 사회 문제에 천착해 온 이들이다. 상대적으로 경제 정책에서는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정권 초기부터 있었다. 경제 정책은 사회 운동과는 다르다. 답은 머리와 가슴이 아닌 시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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