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소환] “참담한 심정, 국민께 죄송…이번일 역사의 마지막 됐으면”

퇴임 5년만에 포토라인 선 이명박 前대통령

“할 말 많지만 아끼겠다”…관련혐의 질문엔 묵묵부답
다스·비자금 등 조사 돌입…검찰과 마라톤 공방 시작
檢, 재소환 않고 영장청구 결정 방침…밤샘조사할 듯

“민생 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매우 엄중한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퇴임 5년여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선 이명박(77) 전 대통령은 14일 이같이 소회를 밝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9시23분께 검찰에 도착한 이 전 대통령은 “참담한 심정이며, 이 일로 역사의 마지막이 돼야 한다”는 내용의 준비한 낭독문을 읽은 뒤 이어지는 취재진의 질문을 외면하고 청사로 들어갔다. 이 전 대통령은 10여개의 혐의 사실에 대해 소명을 해야 한다. 정희조 기자/[email protected]

이 전 대통령은 14일 오전 9시 23분께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했다. 남색 정장에 하늘색 넥타이 차림으로 차에서 내린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출석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입장문을 꺼내들어 낭독했다. 그는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과 이와 관련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거듭 사죄했다.

다만 수사 상황을 의식한 듯 “전직 대통령으로서 물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습니다만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며 “역사에서 (전직 대통령 수사가)이번 일로 마지막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발표한 성명서에서 “짜맞추기식 수사, 정치 보복”을 강하게 주장했던 데서 발언 수위를 누그러뜨린 모습이다. ▶관련기사 2·3·9면

약 1분 30초간 준비한 입장을 밝힌 이 전 대통령은 “100억 원대 뇌물 혐의를 인정하느냐”, “다스가 누구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고 정문으로 들어갔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박근혜(66)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았던 1001호로 이동해 수사 총괄 책임자인 한동훈(45ㆍ사법연수원 27기)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면담한 뒤 조사에 응했다. 신봉수(48ㆍ29기) 첨단범죄수사1부장이 다스(DAS) 관련 경영비리 의혹을, 송경호(48ㆍ29기) 특별수사2부장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유용 등 뇌물수수 혐의에 관해 추궁한다. 이복현(46ㆍ사법연수원 32기) 특수2부 부부장검사가 조서 작성 업무를 맡는다.

이 전 대통령이 조사실에 들어선 뒤부터 모든 과정이 영상 자료로 남겨진다. 검찰은 “투명한 조사를 위해 (녹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이 전 대통령 측에서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박 전 대통령은 녹화를 거부해 진술 영상이 남지 않았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는 가급적 한 번으로 끝낸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이날 오전 조사를 시작한 이 전 대통령은 이튿날 날이 밝은 뒤 검찰청사를 나설 가능성이 높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 특활비 유용 ▷인사 청탁 등 명목의 뇌물수수 ▷다스 실소유주 및 비자금 조성 ▷다스 미국 소송 관여 및 소송비 대납 ▷청와대 기록물 불법 반출 ▷허위재산 신고 등 10여개 혐의를 받고 있다. 예상되는 죄목은 뇌물수수, 횡령, 조세포탈 등이다.

이 전 대통령은 역대 전직 대통령 가운데 5번째로 검찰 조사를 받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개인으로서는 3번째 검찰 조사다. 그는 2008년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과 관련해 특검의 방문 조사를 받았고, 초선 의원 시절인 1996년엔 선거비용 관련 의혹으로 서울지검에 출석했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쪽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한 건 아니다”라며 흐름에 따라 수사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다스가 BBK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삼성전자로 하여금 60억 원대 소송비를 대납하게 하는 등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을 정황들이 드러나자 표적 수사 프레임이 힘을 잃었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은 조사를 마친 뒤 이 전 대통령 신병처리 방향을 검토할 계획이다. 공모 관계에 있는 관련자들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고, 뇌물수수 혐의액이 100억 원대에 달하는 등 사안이 중대해 영장청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유은수 기자/[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