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북한인, 다른 동남아 여성에도 ‘몰카 출연’ 제안

[헤럴드경제=이슈섹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암살을 주도한 북한인 용의자들이 베트남 출신의 다른 여성에게도 이른바 ‘몰래카메라’에 출연할 것을 제안했다가 거절 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14일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이날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에서 진행된 관련 공판에서 베트남 국적 피고인 도안 티 흐엉(30·여)의 변호인은 흐엉이 범행 2달 전인 2016년 12월 하노이에서 북한인들에 의해 영입됐다고 밝혔다.

[사진=헤럴드경제 DB]

그는 하노이 현지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응우엔 빗 투이란 여성이 한국 업체가 제작하는 몰래카메라 영상에 출연하지 않겠냐면서 ‘와이’(Y)란 가명으로 알려진 북한인 리지현(34)에게 흐엉을 소개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베트남인과 한국인의 혼혈이라고 소개한 리지현은 매달 1천 달러(약 106만원)의 급여를 주는 조건으로 흐엉을 고용했다.

흐엉의 첫 촬영은 하노이의 명소 중 한 곳인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진행됐으며,모르는 사람에게 다가가 키스를 하라는 주문을 받았지만 상대방이 피하는 바람에 실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리지현이 애초 영입하려 한 대상은 흐엉이 아니라 투이였다고 흐엉의 변호인은 강조했다.

실제 투이는 말레이 경찰의 방문조사에서 “(리지현은) 처음에는 내게 출연을 제안했지만 거절했다. 대신 다른 주점에서 한때 함께 일했던 흐엉이 연기에 관심이 많은 것이 생각나 소개해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흐엉은 작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인도네시아 국적 피고인 시티 아이샤(26·여)와 함께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흐엉과 시티에게 VX를 건네고 김정남의 얼굴에 바르도록 한 리지현, 홍송학(35), 리재남(58), 오종길(55) 등 북한인 용의자 4명은 범행 직후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했다.

반면 흐엉과 시티는 현지에 남아 있다가 경찰에 잇따라 체포됐다.

이들은 리얼리티 TV용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말에 속아 살해 도구로 이용됐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말레이시아 검경은 이들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말레이시아 법은 고의로 살인을 저지를 경우 예외 없이 사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기에 살해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간주되면 시티와 흐엉은 교수형에 처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말레이시아 검찰은 작년 10월 피고인들이 김정남의 얼굴에 VX를 바른 뒤 자신의 몸에 손이 닿지 않도록 조심하며 신속히 화장실로 이동해 손을 씻는 모습이 담긴 공항 내 CCTV 영상을 법정에 증거물로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피고인측은 현지 수사당국이 범행 장면이 찍힌 공항내 폐쇄회로(CC) TV 영상을 짜깁기했다고 반박했다.

시티의 변호인인 구이 순 셍 변호사는 이날 법정에서 시티가 범행 후 VX가 묻은손으로 선글라스를 고쳐 쓰는 장면이 증거물로 제출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면서,이는 검경이 피고인을 유죄로 몰기 위해 증거를 취사선택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들은 작년 10월 재판이 시작된 이래 줄곧 말레이 수사당국이 북한 정권에의한 정치적 암살이라는 이번 사건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 해 왔다.

시티와 도안이 김정남의 얼굴에 VX를 발랐다는 사실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당국이 두 여성을 희생양 삼아 외교적 파장을 최소화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말레이시아는 북한이 김정남의 시신 인도를 요구하며 자국 내 말레이시아인을 전원 억류해 인질로 삼자 작년 3월 말 시신을 넘기고 김정남 암살에 연루된 북한인들의 출국을 허용하면서 관계 정상화를 선언한 바 있다.

onlinenews@herald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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