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靑 압박에도 지지부진…국회 개헌 의지 있기는 한가

국회의 헌법 개정 논의에 도무지 진척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 독자 개헌안을 발의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혔는데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3당 원내대표는 14일 전날에 이어 개헌 논의를 위한 회동을 가졌지만 소득은 없었다. 예상했던 대로다. “합의가 된 것도, 안된 것도 없다”, “쳇바퀴 돌듯 어제 한 이야기를 또 했다”는 참석자들의 말만 들어도 그 분위기가 짐작 가고도 남는다. 개헌 의지가 있기는 한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개헌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며 그 핵심은 대통령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들이 줄줄이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는 것도 제왕적 대통령제와 무관치 않다. 국민들의 공감대도 충분히 이뤄져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이날 내놓은 각종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도 그러하다. 우선 개헌에 찬성하거나 필요하다는 의견이 62.1~76.9%에 이른다. 적어도 국민 세명 중 두명은 개헌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헌안 국민투표 시기도 오는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하는 데 80% 이상이 찬성했다. 그야말로 압도적 지지다.

그런데도 국회의 행보는 부지하세월이다. 국회 차원의 논의는 1년이 넘도록 답보 상태다. 여야는 지난해 1월 이후 헌법개정 특별위원회(개헌특위)와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를 가동하며 80여 차례나 회의를 가졌지만 합의점 하나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개헌특위 자문위원회가 자체안을 마련하기는 했지만 그나마 기존 논의의 취합 수준에 불과했다.
이번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하려면 일정상 늦어도 내달 28일까지는 국회가 개헌안을 발의해야 한다. 앞으로 6주 정도로 시간이 많지 않다. 그러나 여야 각 당은 아직 권력 구조 등 내부 입장조차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당론도 정하지 못한 채 국민투표를 10월로 미루자는 주장만 하고 있다. 지금같은 의지라면 설령 시기를 늦춘다 해도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여야 각 당이 머리를 맞대면 얼마든지 시간을 맞출 수 있다. 의지의 문제일 뿐이다. 야당은 문 대통령의 개헌 발의에 대해 ‘정치적 저의’를 따질 때가 아니다. 여당도 야당이 발목잡는다고 불평만 하고 있어선 안된다. 야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협치의 정치력을 보여야 한다. 여야는 속히 자체안을 확정하고 이걸 토대로 집중 논의를 시작하기 바란다. 국민의 열망을 누구보다 정치권이 잘 알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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