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예정된 실패 수순으로 가는 쌀 생산조정제

정부가 15일 또 한번 쌀생산조정제의 보완대책을 내놓았다. 사업 신청 기한을 오는 4월20일까지 한달간 연장하고 대상도 변동직불금 지급농지에서 벼 재배사실 확인 농지로 확대했던 1차 보완대책이 나온 게 지난 2월이었다. 그런데 불과 한달도 안돼 또 추가 대책을 내놓아야 할 만큼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신청기간이 한달 남짓밖에 남지 않았는데 현재 실적은 목표의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비상이 걸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논에서 쌀 대신 다른 작물을 재배해 생산된 작물의 판로를 정부가 확보하거나 지원해준다는 것이다. 또 농기계, 재배기술을 중점 지원하는 동시에 지자체별 이행 실적을 올해 공공비축미 물량 배정 때 반영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판로 확보와 기술지원은 지난해 쌀생산조정제 시행 당시부터 지적돼 온 내용들이다. 이제야 보완대책이란 이름으로 처리될 일이 아니다. 오히려 뒤늦은 조치지만 꼭 필요한 일이니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벼 재배면적의 10% 타작물 재배 참여운동’을 벌이고 이행 실적을 해당 지역 수매물량과 연계하겠다는 대목은 애처로울 지경이다. 공무원들을 중소기업으로 내몰아 실적쌓기에 급급한 최저임금 보조금 정책의 재판이 될게 뻔하다.

과잉생산 구조하에서 재배면적을 10만㏊나 줄여 쌀값을 안정시키고 직불금과 재고관리비용까지 함께 줄이겠다는 야심찬 계획하에 추진된게 쌀 생산조정제다. 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심으면 ㏊당 평균 340만원을 지원하는 일종의 감산보조금으로 올해 목표는 5만㏊다. 정부는 2년간 대략 3000억원 미만의 예산을 들여 그 세배에 달하는 8000억원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한다.

애초부터 쌀생산조정제는 벼생산 농가의 실태와 직불금으로 가격 자체가 왜곡된 쌀시장의 구조를 무시한 정책이었다. 참여 실적이 저조한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쌀 시장 가격이다. 지난해 정책을 내놓을때만 해도 산지쌀값(80kg기준)은 12만원대였다. 하지만 정부가 40만톤에 가까운 쌀 격리조치를 취했고 지금은 16만원대까지 올라왔다. 게다가 농업 구조개선 과정에서 경지정리, 기계화가 상당부분 진행된 벼농사는 다른 작물에 비해 짓기가 쉽고 편하다. 농부들도 고령화됐다. 리스크를 지면서 다른 작물 재배에 나서기보다 안전한 쌀 농사나 짓자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올해 목표대로 쌀 재비면적이 줄어든다해도 흉년이 들지 않으면 쌀은 과잉 생산되리란게 농촌경제연구소 분석이다. 그 때 또 무슨 정책을 들고 나올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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