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샤갈 같은 사랑

프랑스 생폴드방스에는 20세기 3대 화가 중 한 명인 마르크 샤갈(1887~1985)의 무덤이 있다. 이곳엔 두 번째 부인 바바 샤갈(1905-1993)과 바바의 동생이 함께 묻혔다.

참배객들이 동그랗게 조약돌을 놓은 이 무덤엔 가족 사진이 없다. 샤갈의 장례를 치렀던 바바가 남편과 함께 묻히는 ‘행운’을 얻긴 했지만, 샤갈의 영원한 사랑은 첫 번째 부인인 벨라 로젠벨트 샤갈(1895-1944)에게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샤갈과 바바 사이에 태어난 음악가 아들은 평생 ’샤갈의 자식‘임을 내세우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와 함께 푸른 공기와 사랑과 꽃들이 스며들어왔습니다. 그녀는 오랫동안 내 그림을 인도하며 나의 캔버스를 날아다녔습니다.”

‘도시위로’, ‘생일’, ‘백합 아래 연인들<사진>’ 등 샤갈의 20~40대 그림에 등장하는 여인은 모두 벨라이다. 몽환적인 화폭에 벨라와의 행복한 시간들이 그려져 있다. 친구와 모스크바에 갔다가 집안 좋은 모스크바대생 벨라를 만나 사랑을 나누고 행복을 만끽하던 모습들을 담은 것이다. 파리에서 활동하면서 베를린서 연 첫 개인전때 대성공을 거두며, 반대하던 벨라 부모의 결혼 허락까지 얻는다.

러시아 혁명, 나치의 준동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그는 폐렴을 앓던 벨라를 떠나보내고 만다. 장례를 치른 뒤, 죽어서도 그녀에게 청혼하는 뜻을 담은 ’결혼 촛불‘을 끝으로, 샤갈 화폭의 색조는 우울한 푸른색으로 변한다.

‘우리 인생에서 삶과 예술에 의미를 주는 하나의 색은 바로 사랑의 색이다. 평생토록 그녀는 나의 그림이었다.’ 벨라의 장례를 치르며 샤갈이 묘비명에 새긴 글이다.

샤갈은 1985년 3월에 숨졌다. 김춘수는 ‘샤갈의 마을에는 3월에 눈이 오고, 아낙들은 밤에 그 해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고 했다. 평생을 함께 살 부인에게 샤갈 같은 사랑을 쏟을 3월이다.

함영훈 선임기자/abc@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