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ㆍ러, ‘스파이 사건’ 정면충돌…슬그머니 웃는 메이ㆍ푸틴?

러, 대선 선전용 vs. 영, 브렉시트 관심 돌리기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영국과 러시아가 전직 러시아 이중 스파이 암살 시도를 두고 ‘정면충돌’한 가운데 이런 움직임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자국 내 정치적 입지를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유럽연합(EU)까지 가세해 러시아에 각을 세운 이번 사건을 놓고 푸틴 대통령은 오는 17일 있을 대선 유세의 재료로,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EU 탈퇴) 협상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재료로 삼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진=EPA연합뉴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지난 1일 국정연설에서 소개한 신형 미사일과 마찬가지로 세르게이 스크리팔에 대한 암살 시도는 어떤 위험이든 뭐든 할 준비가 돼 있다는 두려움 없는 국가의 방어자로서 푸틴의 위상을 강화할 것”이라며 “대통령선거를 며칠 앞두고 상황을 악화하기는커녕 러시아는 국내외 적들로부터 끊임없는 위협에 직면한 포위된 국가라는 푸틴 대통령의 입장만 굳힐 뿐”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러시아 이중 스파이 출신 스크리팔과 그의 딸은 지난 4일 영국의 한 쇼핑몰에서 미확인 물질에 노출돼 쓰러졌다.

이후 메이 총리는 암살 시도에 사용된 신경작용제가 러시아 군사용으로 개발된 ‘노비촉’이라며 러시아에 해명을 요구했다. 미국과 EU도 영국 지원을 거론하며 힘을 보태고 나섰다. 영국은 러시아가 해명을 거부하자 자국 주재 외교관 23명을 추방하고 고위급 접촉을 중단하기로 했다. 러시아도 영국 외교관 추방으로 맞불을 놓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메이 총리가 그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한 데는 자국에서 제기된 ‘리더십의 위기’를 만회하려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러시아 상원 의장인 발렌티나 마트비옌코는 “메이 총리가 영국민의 관심을 국내 문제인 브렉시트 문제에서 돌리려고 한다는 점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EU가 브렉시트 협상을 앞두고 영국 정부에 압력을 가하는 가운데 야권은 물론 집권 보수당에서도 갈등이 격화한 상황에서 벌어졌다. 영국 언론은 브렉시트 협상을 이끄는 메이 총리가 ‘리더십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보수당의 하드 브렉시트 세력은 메이 총리의 실각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도 이어졌다.

NYT는 영국 정부가 러시아의 사과나 진지한 대화조차 기대하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y2k@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