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국방개혁 2.0에 수십조가 필요하다니

“국방개혁 2.0에 수십조원이 필요하다. 예산만 확보되면 국방개혁 2.0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이달 초 언론에 국방개혁 2.0을 설명하며 언급한 내용이다.

처음엔 귀를 의심했다. ‘강한 군대를 육성하려면 돈을 달라’는 논리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타당하다. 그러나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부에 돈을 양껏 주지는 못한다.

국방 예산 세계 1위인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천문학적인 국방비 때문에 홍역을 치뤘다. 오바마 정부에서는 국방개혁을 통한 국방비 절감이 정부적 화두였다. 트럼프 정부 들어 국방예산을 다시 늘리고 있지만, 지난달 미국 재정적자가 6년 만에 최대치로 치솟는 등 급증하고 있어 국방예산 절감은 미국이 언제든 다시 꺼내들 수 있는 카드다.

군사강국이 즐비한 유럽 역시 예외는 아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국방예산 8억5000만유로(약 1조1000억원)를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프랑스군 최고 사령관 피에르 드빌리에 합참의장이 “국방비를 줄이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반발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드빌리에 합참의장의 당시 발언은 나폴레옹 이후 ‘프랑스군은 절대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전통을 빗댄 표현인 ‘위대한 침묵’이 깨진 순간으로 기록됐다.

영국에서도 국방예산 감축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개빈 윌리엄슨 영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러시아의 위협을 강조하며, 영국이 러시아 때문에 안보상 큰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영국 언론은 장관의 발언은 영국 정부가 국방개혁을 통한 국방예산 감축을 검토하는 시점에 나온 것이라며, 장관은 현재 국방예산 감축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풀이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국방부에서 “국방개혁을 위해 수십조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다른 나라에서는 국방예산을 줄이기 위해 국방개혁을 추진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나선 셈이다.

우리 국방부 예산은 이미 천문학적 수준이다. 올해 정부 예산은 약 428조원, 국방부 예산은 약 43조원이다.

우리 국방비 규모는 이미 북한에 비해 압도적이다. 지난 2015년 기준 우리 국방예산은 38조원, 북한 국방예산은 4조5000억원으로 알려졌다. 우리 국방비가 북한의 8배에 달한다. 한두 해도 아니고 매년 이런 식의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장기간 누적 격차는 수백조원대로 늘어난다. 여기에 국방개혁을 위해 수십조원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1년의 국방비 예산 또는 그 이상을 더 얹어달라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수도 없는 방산비리를 목도한 국민들이 국방예산 증액 요청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지금까지 그 많았던 예산은 다 어디 갔느냐고 묻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해 8월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이런 국민들의 궁금증을 국방부 수뇌부에 전달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등) 비대칭전력을 고도화하는 만큼 우리도 그에 맞게 대응해야 하나 그 많은 돈을 갖고 뭘 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고 물었다.

국방부도 대통령의 이런 질문을 국방개혁 2.0 문건에서 언급했다. 국방부는 ‘대통령님의 3가지 질문’이라며 ①그 많은 국방비를 가지고 뭘 했는가? ②남북 국방력을 비교할 때 군은 늘 왜 우리 전력이 북한보다 뒤떨어지는 것처럼 표현하는가? ③역대 정부마다 국방개혁을 외쳤는데 왜 지금까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인가 등 3가지 질문을 소개했다.

그러나 다음 페이지에서 군은 이에 대한 설명이나 답변을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돈이 필요한 이유를 구구절절 나열했다. 군 당국이 과거에 대한 통렬한 반성 없이 겉만 번지르르한 국방개혁안을 내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안보 문제로 종종 공격을 받고 있는 현 정부가 국방예산 증액을 공언한 만큼, 국방부가 ‘물들어 올 때 노를 젓겠다는 심산 아니냐’는 평가마저 나온다.

또한 전시작전권 전환을 앞두고 군사력 증강에 집중해야 할 군이 군 장병 복지개선에 상당한 예산을 할당하고 있어 국방예산이 ‘밑빠진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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