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6시간 넘게 조서 열람…“다들 수고하셨다”한마디

1년여 만에 전직 대통령으로는 또 다시 검찰 포토라인에 선 이명박(77) 전 대통령은 꼬박 밤을 새우고 21시간 만에 귀가했다.

14일 오전 9시 30분께 검찰 청사에 났던 이 전 대통령은 오후 11시55분까지 조사받은 뒤 6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조서를 열람, 수정하고 이튿날 6시25분께 모습을 드러냈다. ‘심신이 지쳐있다’던 수행원들의 전언과 달리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이른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기온이 낮지 않아 출석할 때와 마찬가지로 외투를 걸치지 않은 정장차림에 가벼운 걸음으로 청사를 나섰다. 이날 1시간여를 기다린 취재진이 “장시간 조사받으셨는데 심경 한 말씀만 부탁드린다”, “다스가 본인 게 아니라는 입장은 변함없으십니까” 등의 질문을 던졌지만, 일절 답하지 않았다. 다만 걸음을 멈추고 뒤따라오던 변호인단을 돌아보며 “다들 수고하셨다”는 짤막한 말만 남기고 검정색 차량에 올랐다.

이 전 대통령은 7분여 뒤인 6시 32분께 서울 논현동 자택에 도착했다. 검찰 출석 때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인파 없이 측근들만 집 안에서 귀가 맞이를 위해 기다렸다. 지난해 박근혜(66) 전 대통령의 경우 검찰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100여 명의 지지자들이 밤을 새워 기다렸던 때와는 대조적이었다.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당시 청와대 참모진은 오전 2시부터 이 전 대통령 자택에 모였고, 이동관 전 홍보수석도 오전 3시 45분께 합류했다. 이 전 대통령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곧장 자택 안으로 들어갔다.

조사 당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의료진이 대기했지만, 이 전 대통령은 간간히 피로감을 호소해 짧은 휴식을 취했을 뿐, 특별한 이상 징후는 없었다. 혐의 사실과 관련해서도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별다른 감정 기복 없이 충분히 자신의 입장을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명의 부장검사가 조사를 하는 동안 이 전 대통령은 동행한 4명의 변호인의 도움을 받았다. 조사 과정에서 검사들은 이 전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님’이라고 불렀고, 이 전 대통령도 ‘검사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도 (수사 검사들을) 충분히 존중해주셨고, 저희도 나름의 예우를 갖춘 분위기에서 조사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검찰은 여러 차례 “이 전 대통령을 여러 번 조사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경호 문제 등을 고려했을 때 전직 대통령을 조사하는 일이 사법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의 불편을 초래하는 문제기 때문에 가급적 조사 양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이 출석하는 동안에는 서울중앙지검에 외부인이 드나들지 못했고, 조사가 시작된 이후에 신분이 확인된 비표 착용자만 출입이 허용됐다.

좌영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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