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지선 민심을 듣다 ②호남] “허벌나게 실망해도 우린 민주당이지라”

-‘미투운동’ ‘전략공천’에 실망감 커져
-문재인 대통령 지지에 ‘그래도 민주당’

[헤럴드경제(광주)=채상우 기자]“아따 마, 실망 안 했것소. 미투운동이다 전략공천이다 허벌나게 실망해부렀지. 그렇다고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찍것소. 허벌나게 실망해도 우린 민주당이지라.”

14일 광주 양동시장에서 만난 정자홍(74) 씨의 말에는 이번 지방선거에 대한 시민들의 민심이 그대로 담겼다. 최근‘미투운동’과 광주시장 전략공천설이 제기되는 상황에 대한 실망감과 “그래도 민주당”이라는 기대감이 교차했다.

최근 연이어 불거진 ‘미투’와 광주시장 ‘전략공천설’은 광주시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광주송정역에서 TV를 보고 있던 이장섭(73) 씨는 “민주당이든 한국당이든 전부 다 거짓말쟁이”라며 “민주당을 그렇게 믿었는데 여자 문제로 난리다. 어떻게 그런 마음으로 국회의원을 하고 시장을 하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14일 전남 광주 광주송정역에서 시민들이 TV에 나오는 뉴스를 보고 있다. [사진=채상우 기자/[email protected]]
전남 광주 양동시장 [사진=채상우 기자/[email protected]

민주당은 4년 전 지방선거에서 광주시민들의 민심을 무시하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측근을 전략공천해 반발을 산 바 있다. 그 측근이 윤장현 현 광주시장이다. 이번에도 전략공천설이 돌면서 광주시민들의 실망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김운식(45) 씨는 “민주당 지지자가 압도적인 것은 사실이나 실망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는 없다”며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전략공천으로 그렇게 큰 혼란을 주고는 이번에도 전략공천을 꺼낸다는 것은 광주시민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기댈 곳은 민주당뿐이다. 광주시민들은 “그래도 민주당”이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금남로에서 만난 신상민(34) 씨는 “실망감이 크더라도 민주당을 져버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호남에서 민주당 외에 다른 대안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광주시당에서 만난 당 관계자는 “전략공천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략공천은 광주시장 후보들에게 ‘긴장하라’는 경고 메시지에 불과하다”며 “선거를 90여일 앞두고 전략공천을 흘리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당 관계자는 미투운동과 관련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문제가 치명적이기는 하지만 아직 선거까지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타격이 클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선거 직전에는 대부분 이슈가 가라앉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러 악재에도 민주당 지지율이 높은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의 후광이 크게 작용했다. 택시기사 이칠남(62) 씨는 “주변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이견이 없을 만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몇몇 개인에 실망하기는 했어도 문재인 대통령을 배출한 민주당에 등 돌릴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민심에 탄력받아 민주당 관계자는 광주ㆍ전남 지역에서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을 포함해 최소 90% 이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광주시장 예비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후보는 이용섭 전 의원이다. ‘일자리 전문가’로 불리는 이 예비후보는 ‘일자리가 넘쳐나는 광주건설’을 캐치프라이즈로 걸고 지역 민심을 쌓고 있다.

이 예비후보는 헤럴드경제에 “저를 믿고 압도적으로 지지해주는 시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자만하지 않고 더욱 낮은 자세로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밖에 강기정ㆍ민형배ㆍ박해광ㆍ양향자ㆍ윤장현ㆍ이병훈ㆍ최영호(이름순) 예비후보가 광주시장 출마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이 완승을 기대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평화당은 당 소속 의원 14명의 지역구가 호남에 몰려있음에도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 문제에 빠져 주요 후보조차 아직 못 내고 있다.

광주 시내 곳곳에서 그런 상황을 엿볼 수 있다. 거리에는 민주당 예비후보들의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는 반면, 평화당의 현수막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최경환 평화당 광주시당 위원장은 ‘인물론’을 앞세워 민주당 후보와 ‘강대강’ 구도를 만드는 게 전략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기초단체장이나 지방의원 후보는 많이 나왔으나 광역단체장에서 후보를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급한 마음을 버리고 공동교섭단체 구성 이후 좋은 인물을 후보로 내세울 수 있도록 차근차근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남도지사에는 김영록 농림수산식품부 장관ㆍ신정훈 청와대 농어업비서관ㆍ노관규 전 순천시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민주당의 전남지사 선거에는 두 가지 변수가 있다. 하나는 장만채 전 전남 교육감의 입당 여부다. 장 전 교육감이 민주당에 입당하면 경선 뿐 아니라 본선에서도 강한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변수는 평화당 박지원 의원이다. 박 의원은 전남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일만 남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목포에서 탄탄한 지지율을 갖고 있는 박 의원이 전남지사에 출마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평화당은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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