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의 미투 ③] 때우기식 성교육 15시간 ‘무용지물’…“性 인식 교육 절실”

-성교육 미흡 기성세대, 성범죄 민감성 낮아
-‘시간 때우기식’ 성교육…성차별적 자료도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미투운동으로 실질적인 변화을 유도하기 위해선 올바른 성교육과 성폭력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미투 사건의 가해자들의 특징으로 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4050대 이상 세대라는 점에 주목해 성평등 및 성폭력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최근 미투운동으로 사회에 알려진 사건의 가해자들은 “힘이 있는 자는 여성을 성적으로 이용해도 된다”는 그릇된 인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23RF

위창희 청소년성문화센터 사무국장은 “현재 4050 이전 세대들이 학교를 다닐 때는 제대로 된 성교육도 없었고, 가부장제가 매우 견고했을 때였다. 여자와 남자가 평등하다고 생각하며 자란 세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미투 운동에 적극적인 2030세대는 상대적으로 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세대다. 가부장주의에 사로잡힌 과거 사람들은 성폭력이라는 단어를 보고 ‘피해자는 순결을 잃었다’고 보지만, 지금 세대는 ‘폭력을 당했다’라고 해석한다. 이는 각종 교육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중고등학교 성교육은 성차별이나 왜곡된 성역할을 내포한 교육 자료를 사용하는 등 내용과 방법이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교육부가 최근 발행한 ‘국가 수준 성교육 표준안’에 따르면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잘 거절해야 한다는 식의 ‘피해자 역할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칫하면 피해자가 잘 거절하지 못해 성폭력 사건을 막을 수 없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위험이 있다.

학교 성교육을 시간 때우기 식으로 진행하는 것도 문제로 제기된다.

현재 일선 학교는 성교육 의무시간으로 1년에 15~17시간만 이수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대해 신혜정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현재 성교육은 산술적인 목표아래 기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생물 수업에서 여성 남성 생식기 파트 1시간, 역사시간에서 조선시대 여성운동 1시간 이렇게 체크하는 식은 성교육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이 체감하는 교육적 효과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중학교 3학년 67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교 성교육이 도움된다는 응답은 56.7%에 그쳤고 응답자 43.3%가 “도움이 안 된다”고 답했다.

이 같은 지적이 계속되자 최근 정부는 교육과정과 교재, 교수ㆍ학습, 전문교사 양성 등 교육 전반에 걸쳐 성교육과 관련한 시스템을 전면 개선하기로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직장인 성범죄 예방 교육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문화예술계는 성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데도 기본적인 성폭력 예방교육 조차 이뤄지지 않은 대표적인 사각지대다. 성범죄에 대한 잘못된 조직 문화를 바로 잡고, 성범죄에 대한 법률 지식과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여성가족부가 최근 ‘성희롱 성폭력 근절 대책’에 직장인을 대상으로 성폭력 예방교육을 포함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직장인 성폭력 예방교육은 성폭력에 피해 유형, 보호 방법, 구제 절차에 대해서 알 수 있게 해주고 왜곡된 성인식에 대한 경각심을 조성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