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수사 경험이 변호의 큰 자산”

경찰대 출신 박재현 변호사
“경찰수사 단계도 변호인조력 중요”

“형사사건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당사자에게는 얼마나 빨리 끝나는지도 굉장히 중요하죠. 경찰 수사부터 검찰 거쳐 재판까지 받다 보면 아무리 빨라도 3~4개월이 지나는데, 그 사이 당사자는 피가 마를 수밖에 없습니다.”

경찰대 출신들로 구성된 더앤 법률사무소의 박재현(37ㆍ사법연수원 42기·사진) 대표 변호사는 경찰대를 졸업하고 일선 경찰서에서 직접 수사까지 한 경험을 바탕으로 변호에 나선다. “지난 2005년부터 광주 서부경찰서 경제팀에서 근무했는데, 그전까지는 변호사가 경찰 수사 과정에서 변호맡는 모습은 생소했지만 요즘은 변호사들도 형사사건을 맡을 때 경찰 수사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변호인 참여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지만, 정작 형사사건에 휘말려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그대로 재판까지 가는 경우가 대다수다. 박 변호사는 “제가 맡게 된 사건 중에서도 이미 검찰이 기소한 뒤인 경우도 많고, 1심 판결문을 들고 그제야 ‘억울하다’며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런 경우에는 뒤늦게 변호사가 변호를 맡더라도 큰 도움을 줄 수 없는 경우가 많고, 길어지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지치게 된다.

특히 성범죄의 경우 피의자와 피해자 모두 경찰 조사 단계에서의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형사사건과 달리 성범죄는 다른 증거보다 양쪽의 진술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결국, 수사기관은 ‘일관되고 신빙성있는 진술’을 증거로 채택하는데, 이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억울한 피의자나 피해자가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거짓말을 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유사한 패턴을 보이는데, 많은 사건을 접해보니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런 거짓말을 놓쳐 안타까운 경우가 많죠.”

형사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 변호사는 변호 과정에서 경찰 경력이 큰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박 변호사는 “아직도 검찰 출신의 일부 변호사 중에는 경찰 조사에 동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경찰 수사관들 역시 고압적인 자세로 변호에 참여하는 일부 변호사들 탓에 변호사를 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현장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수사를 맡는다고 하더라도 검찰청과 경찰서의 분위기는 많이 다르죠. 경찰로 직접 수사를 해본 경험이 있다 보니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제가 대응할 수 있는 부분도 많고, 변호사에 거부감을 가진 일선 경찰관들도 경찰 출신이라고 먼저 소개하면 딱딱했던 태도가 누그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박 변호사는 5년간 경찰관으로 활동하다 지난 2009년 법조인의 길에 전념하고자 경찰을 그만뒀다. “지금도 로스쿨 진학 등 법조계 진출에 관심이 있는 경찰 후배들이 많죠. 후배들에게는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지만, 환상은 버려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는데, 상담 후에 경찰을 퇴직하고 로스쿨 진학에 도전하는 후배도 상당수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재직 중 로스쿨 진학을 금지하고 있는 현 제도에 대해서는 경찰 발전을 위해서도 경찰 내 법조인 양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로스쿨에 진학하면서도 경찰 조직에 애정을 갖고 다시 돌아가려는 후배들도 많다”며 “경찰로 돌아와 다시 활약할 길을 만드는 게 경찰 조직의 발전에도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유오상 기자/os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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