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상사라서, 교수라서…권력 갑질 더이상 ‘No’

-인맥ㆍ학연으로 얽혀 이의제기 어려운 구조
-“침묵 강요하는 조직 문화 바꿔야” 자정 목소리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찍히면 죽는 줄 알았다”

최근 미투 운동에 동참한 대학원생 A 씨는 교수의 성희롱을 일상적으로 겪으면서도 보복이 두려워 문제제기를 못했다고 털어놨다. 해당 분야에서 권위자인 그를 곤경에 처하게 하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금기’에 가까웠다. 그러나 미투 운동 이후 A 씨의 생각은 달라졌다. 그는 “학교에서 공공연하게 성희롱이 벌어지는데도 모두가 침묵했던 것은 교수의 말이 법인 비정상적인 분위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교수 말을 잘 듣는 사람이 좋은 성적을 받고, 취업이 잘되는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구조에서 성희롱 피해를 목격해도 문제 제기를 할 수 없었다. 권력자가 갑질을 행사하며 침묵을 강요하는 분위기부터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럴드경제DB]

미투 운동으로 인해 권력형 성폭력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조직 내 권력을 악용하는 갑질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인맥을 통해 알음알음 사람을 뽑는 관행 때문에 권위자의 갑질에 대해 이의제기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던 문화예술계에서도 자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한 미투 운동가는 “최근 성폭력 논란에 휩싸인 고은 시인이나 김기덕 영화감독 등 사건들은 해당 업계에서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그동안 쉽게 나서지 못했다. 학연 지연으로 똘똘 뭉친 이 바닥에서 권력자를 건들면 매장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우리가 단지 일을 하고 싶기 때문에,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침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권력자의 갑질은 문단 전체를 망쳐놨다. 문화예술계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불합리한 일에 문제제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 예술계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에서도 조직 내 성범죄를 침묵하게 만드는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문화가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 종로구 직장인 김예린(29ㆍ여) 씨는 “회식자리에서 부하직원들은 과장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심지어 웃지 않는다고 지적을 받는 분위기인데, 성희롱을 목격했을 때 ‘왜 그러세요’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직 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알고도 눈감아 주는 사람이 적어지려면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 문화로 변화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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