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안 놓고 갈라선 범진보…평화ㆍ정의당의 속내는

- 권력구조보다 선거제 개편 관심…개헌안 부결시 선거제 개편도 무산
- 공동교섭단체 구성 민주-한국당 상대 선거제 개편 압박할 듯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최근 개헌 논의에서 범진보 진영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대통령 개헌안 발의에 반발하며 더불어민주당과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다.

개헌 시기를 놓고도 6ㆍ13 지방선거 동시 개헌 국민투표를 주장하는 민주당과 입장차를 보이면서 그 시기를 다소 늦추더라도 정치권의 합의를 우선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려는 여권의 구상은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이 낮아진 상태다.

평화당 지도부는 최근 공개발언을 통해 문 대통령의 정부 개헌안 발의 계획에 부정적인 입장을 연이어 천명했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와 장병완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지방선거 당복을 차려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조배숙 대표는 지난 12일 정부ㆍ여당을 겨냥해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투표를 고집하는 것은 결국 책임을 야당에 전가하기 위한 수순”이라면서 “한국당이 저렇게 반대하면 국회에서 3분의 2 동의를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평화당이 그간 보수야당으로부터 ‘민주당 2중대’라는 비아냥을 감수하면서까지 문재인 정부의 개혁과제와 정책 추진에 힘을 실어온 점에 비춰보면 개헌 문제에 입장차를 보이는 것은 다소 의아할 수 있다.

정의당도 6월 개헌 시간표를 지키려다 개헌을 아예 무산시키는 것보다는 한국당을 설득해 합의 가능한 국회 개헌안을 도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 헌정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전 대표는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의 개헌안 발의는 오히려 개헌을 좌초시키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수당인 평화당과 정의당의 이 같은 입장은 개헌 문제에 있어 양당의 최대 관심사는 권력구조 개편이 아니라 선거구제 개편에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원내 제4당인 평화당은 현행 선거제도가 득표율과 의석점유율 사이의 괴리가 심하고 거대야당에만 유리하게 돼 있는 만큼 이를 다당제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인 대안으로 국회의원과 광역의원 선거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기초의회 선거에서는 중대선거구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의당 역시 같은 입장이다. 정의당 의원들은 앞서 지난해 12월 각 정당이 선거에서 얻은 비율에 의원 정수를 곱하는 방식으로 정당별 의석수를 정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까지 발의해 놓은 상태다.

양당은 선거구제가 개편돼야 소수당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는 진정한 의미의다당제가 정착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실제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달 8일 공개한 시뮬레이션 보고서에서 “20대 총선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중선거구제가 도입됐다면 국민의당은 81석, 정의당은 22석을 얻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당은 여야 간에 권력구조 개편 방향에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는데도 문 대통령이 정부 개헌안 발의를 강행할 경우 국회 통과가 어려워 국민투표에 부의조차 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이와 맞물린 선거제 개편 논의마저 한꺼번에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에 평화당은 정의당과 공동교섭단체를 꾸리는 대로 민주당과 한국당을 상대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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