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관세 ‘운명의 일주일’…한미FTA 연계 ‘셈법 복잡’

FTA 3차 협상 마무리…美 ‘지렛대 전략’ 맞서 관세 제외 총력전

우리 통상당국이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 방침과 관련해 ‘운명의 일주일’을 맞게 됐다. 한국을 관세 면제 대상국에 포함시키기 위해 ‘막판 총력전’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오는 23일(이하 현지시간)부터 무역확장법 232조를 내세워 수입산 철강에 25%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유명희 통상교섭실장 등 통상 라인은 16일 미국에서 3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과 한미 통상장관회담을 마무리 지었지만, 현지에 계속 머물며 미국 측과 비공식 철강 관세 협상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들은 철강 관세 대상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하도록 미국을 설득하면서 상황이 어려워질 경우 특정 철강 품목에서만이라도 ‘관세 면제’ 조치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다만, 문제는 이 같은 철강 관세 협상이 한미FTA 개정협상과 맞물리면서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두 협상 시기가 사실상 겹치고 미국 측 협상 창구도 모두 무역대표부(USTR)로 같기 때문에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미국은 철강 관세 면제를 지렛대 삼아 한미FTA 개정과 관련해 파격적인 양보를 얻어내려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실제로 미국 측은 이번 한미FTA 협상에서 철강 관세와 연계하면서 자동차·부품 관련 비관세 무역장벽 해소, 원산지 규정 강화 등을 강하게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우리 측은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에 이어 철강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수입 규제 강화 조치는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1, 2차 협상 테이블에 올렸던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 문제도 집중적으로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는 ‘철강 관세 면제’라는 강력한 카드를 쥔 미국에 비해 뾰족한 대응 수단이 없어 여러 면에서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 관세 조치가 현재 진행 중인 양국 방위비 분담 협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 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최근 “복잡한 주판알을 튕겨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협상단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형국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문제를 거론하며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간 공조가 얼마나 굳건한지를 대외적으로 보여줘야 할 시점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FTA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국 대표단이 보다 융통성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문 대통령이 관심을 기울여달라”며 즉답을 피하는 등 양국 정상은 미묘한 신경전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본부장 등 우리 통상당국은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과 관련한 미국 측 우려를 해소하는 데 더욱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김 본부장은 국내 철강업계가 미국에 그간 57억 달러를 투자해 3만3천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 등 미국 산업에 대한 기여도를 집중적으로 설명할 예정이다.

또 미국이 제기한 중국산 철강의 환적(換積, 옮겨싣기) 문제도 사실이 아니라고 구체적인 통계 수치도 제시할 예정이다. 대미 수출 품목 중 중국산 소재를 사용하는 비중은 2.4%에 불과하며 작년 중국산 철강 수입은 전년 대비 21% 감소했다는 점도 전할 방침이다.

산업부는 3차 한미FTA 개정협상 후 배포한 자료에서 “철강 232조 조치와 관련해서도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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