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ㆍ日에 이어 유럽까지…북핵협상, 숟가락 얹는 주변국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남북ㆍ미 주도의 ‘한반도 질서 새판짜기’에 중국과 일본을 너머 아세안과 독일 등 역외 국가들이 숟가락 얹기에 나서고 있다. 북핵외교에 한반도 정세에 조금이라도 자국의 이해를 반영하고 외교적 입지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호주와 아세안(ASEANㆍ동남아국가연합) 정상들은 18일(현지시간) 호주-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유엔 회원국의 대북제재의 완전한 이행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세안과 호주가 “북한의 무모하고 불법적인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에 관한 깊은 우려”를 공유하며, 북핵문제에 강력하게 대응할 뜻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턴불 총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대화가 지속되는 기간동안 핵ㆍ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점을 높이 평가하며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제재공조를 유지하겠다고도 했다.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석 계기 남북과 북미가 대화국면에 접어들면서 세계 각 국가들이 북핵협상에 한마디씩 던지고 있다. 같은날 독일 연방정보부(BND)의 올레 딜 부부장은 비공개회의에서 핵무기를 탑재한 북한의 로켓이 독일과 중앙 유럽을 강타할 수 있다며, 북핵문제에 대한 독일의 적극적 관심의 필요성을 시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현지 언론인 발트 암 존탁(Bild am Sonntag)는 딜 부부장을 인용해 한국과 북한의 정상회담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도 보도했다.

앞서 영국 니르 데바 유럽의회 한반도관계대표단 단장은 14일(현지시간) 지난 3년간 북한의 핵 개발 중단을 설득하기 위해 북측 고위관계자와 14차례 비밀대화를 해왔다며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지원하기 위해 신뢰 구축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가까운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도 한반도 새판짜기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 외교가에선 중국이 고위급 특사 파견을 통해 최근 냉각관계에 있는 북한과의 전통적 ‘당대당(黨對黨) 외교’를 복원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가주석 재선출을 축하하는 축전을 보냈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 중국도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 초기비용 3억 엔(약 30억 3000만 원)에 대한 지불의사를 내비치며 북한 비핵화에 적극 개입하려고 하고 있다. 고노 다로 외무상은 최근 방미해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미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19일 한국, 미국, 일본 안보실장이 지난 주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남북ㆍ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샌프란시스코 협의에서는 주로 한미 양자간에 집중적인 협의가 이뤄졌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밝혔다. 북한과의 대화당사자가 아닌 일본은 협의에서 다소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의미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한미는 북핵ㆍ미사일 위협이 한반도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위협이라는 점을 들어 대북제재 공조를 강화할 수 있었다”며 “북핵문제를 둘러싼 세계 각국의 이해가 얽히게 된 만큼, 남북ㆍ북미 대화 국면에 지분을 차지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드러날 수밖에 없다”이라고 지적했다. 고 연구위원은 다만 “한반도 안보환경을 바꾸는 문제는 더 이상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주변국의 지지와 협조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주변국 및 관심국가들과 적극 소통하며 현안을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유럽연합(EU) 외교이사회 참석차 브뤼셀을 방문해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와 한-EU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협의했다. 강 장관은 평창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대화의 모멘텀을 살려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고, 남북ㆍ미북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및한반도에서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EU 측이 지속적으로 지지ㆍ협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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