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같은 회사?…취준생이 등돌리는 ‘주먹구구 경영’

중소·중견기업, 추가 지원책 주장에
채용비리·가족경영 폐해부터 철폐를
재직자들도 “능력중시 풍토 아쉽다”

중소·중견기업들이 구인난 해소를 위한 추가 지원책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취업준비생과 중소기업 재직자들은 주먹구구식 회사 운영이 구인난을 자초한다며 중소기업 스스로 경영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에 있는 한 소형 출판대행사에서 3년간 근무하다 퇴사한 이영아(31·여) 씨는 “일자리 중개포털에서 취업준비생들끼리 흔히 하는 말이 있다. 회사 분위기가 ‘가족 같다’면서 좋다고 하는 곳. 이런 곳은 무조건 걸러야 한다는 얘기다”라고 밝혔다.

이 씨는 전에 일하던 회사를 “가족 같은 회사”라고 소개한 뒤 “사장이 조카라는 사람을 어느 순간 회사로 불러들였다. 경력이 전혀 없었지만 그는 팀장 직급을 달았고, 일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 근태도 별로여서 원래 일하던 사람들의 분위기만 망쳐버렸다”고 했다.

또 다른 중소 유통기업 재직자 김형우(29) 씨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봤자 회사와 내가 함께 성장한다는 느낌이 없다”며 “결국 나는 회사에 착취만 당하고, 회사는 지금 나보다 어린 사장의 아들, 딸이 물려받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그는 이어 “중소기업을 같이 키워나간 동료들 중 경영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이 차기 경영자가 되는 풍토가 우리나라에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족경영과 채용비리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도 최근 발견됐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산하 9개 기관, 22개 단체의 5년간 채용 전반에 대해 특별점검을 실시한 결과 140건의 지적사항을 적발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고위인사와 전 직장에서 같이 근무했던 직원을 계약직으로 채용한 이후 최단기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전 직장 동료 자녀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내부직원만으로 평가위원회를 구성했다. 단체 고위직 혹은 지역 중소기업의 혈연, 지연이 부정채용으로 이어진 것이다.

중소기업의 경영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씨가 자동차 시트 납품 제조업체 다스의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의혹 역시 가족경영의 대표적인 폐해로 분류될 수 있다. 대기업의 벤더회사인 다스의 법인카드를 김 씨가 10년간 4억원 넘게 사용했다는 다스 경리직원의 진술과 사용내역 등을 확보한 검찰은 횡령 혐의를 두고 수사 중이다.

중소기업 재직자들은 회사 사장이 법인의 돈과 개인 돈을 구분 못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의료 소매업체에서 일하는 박세진(29) 씨는 “아마 지금이라도 횡령·배임이라고 걸면 들어갈 중소기업 사장들이 수두룩할 것”이라며 “이런 회사에 젊은 직원들이 과연 무슨 생각을 하며 일을 하겠다고 올 지 사장들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진원 기자/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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