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밑빠진 독 성동조선 물붓기가 뇌물 때문이었다니 

정부의 중소 조선산업 구조조정 방안에 따라 청산 수순의 법정관리에 들어간 성동조선의 실상이 날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10여년에 걸쳐 매년 1조원씩 10조원 가까운 자금 지원을 받은 곳이 성동조선이다. 그런데도 회사의 현재 가치는 고작 2000억원에 불과하다. 아예 청산(7000억원)하는 편이 더 낫다는 게 경영진단 결과다. 존속가치가 청산가치의 3분의 1도 안된다는 평가만으로도 황망하기 이를데 없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드러나는 상황은 더욱 충격적이다. 그야말로 밑빠진 독에 물붓기와 같은 지원이 모두 뇌물에 의해 결정됐다는 것이다. 이명박 전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성동조선과 관련된 일들이 속속 밝혀지면서 드러난 결과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자 성동조선 정홍준 회장은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에게 20억원을 건넸다. 이 돈은 친인척 측근들을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흘러들어갔다. 이 전 회장이 먼저 요구한 것인지, 정 전 회장이 자발적으로 청탁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경영현안 해결이 목적임은 말할 것도 없다. 검찰 조사에서 확인된 사실들이다.

그 이후 결과는 이미 알려진대로다. 성동조선은 법정관리를 피하고 채권단의 관리를 받는 워크아웃에 들어갈 수 있었다. 적자수수를 마다하지 않은 성동조선에 대한 지원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채권단이 성동조선에 지원한 자금이 신규대출 2조7000억 원, 신규 수주 지원용 선수금환급보증(RG) 5조4000억 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출자전환 1조5000억 원에 이른다. 수출입은행이 담당한 자금만 3조2000억 원이다. 게다가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의 적자수주 허용 한도를 22척으로 제한하다가 2013년엔 대폭 완화하기까지 했다. 적자수주와 영업손실 증가를 방치한게 아니라 조장한 셈이다.이유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조선업체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결과는 이처럼 참혹하다. 최선을 다해 판단한 정책이 잘못됐다면 관련자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제2, 제3의 변양호 신드롬을 몰고와서도 안된다. 하지만 고작 20억원의 뇌물로 이같은 어마어마한 국민의 혈세가 구조조정 자금이란 이름으로 낭비됐다면 그 책임은 작다고 할 수 없다.

산업 성장 순환에 따라 업종별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언제나 발생한다. 성동조선의 사례가 재발되어서는 안된다. 관련자들의 처벌이 뒤따라야하는 이유다. 그게 없다면 성동조선의 구조조정은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