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값 29주 연속 상승…“그래도 차 시동 끌수는 없죠”

최장기간 상승기록 7년만에 갈아치워
2011년 유가대란 당시에는 소비량 감소
올 1월 수송용 휘발유 소비 되레 7.2% ‘↑’
차량등록 대수 늘고 상승폭 낮은 탓 분석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국내 휘발유 가격은 29주 연속 상승하며 사상 최장 기간 상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로써 ‘주유 대란’이 일었던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세워진 26주의 휘발유 가격 연속 상승 기록은 7년 만에 깨지게 됐다. 경유도 같은 시기 최장 기간 상승 기록을 세웠다.


장기간 휘발유 가격 상승세가 거듭되면서 운전자들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휘발유 가격이 2000원대로 치솟은 2011년의 대란을 경험한 일부 운전자들은 ‘운전하기 겁났던’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실제 연평균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929.3원을 기록한 2011년 당시 휘발유 소비량은 6957만4000배럴을 기록, 전년대비 0.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휘발유 가격이 최장 기간 상승기록을 경신했음에도 올해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일반적으로 재화의 가격이 오르면 해당 재화의 소비는 줄어들지만, 휘발유 가격이 장기간 오름세를 보였음에도 도로수송용 휘발유 소비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도로수송용 휘발유와 경유의 소비량은 전년대비 7.2%, 9.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17개 광역시ㆍ도 모두 고르게 늘었다. 특히 휘발유 소비의 경우 서울(8.6%)에서, 경유 소비는 대전(11.4%)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업계는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용 휘발유 소비가 늘어난 원인으로 ‘자동차 등록대수 증가’를 꼽았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 자동차등록대수는 전년동기 대비 3.2% 증가했다. 연료별로 보면 휘발유차와 경유차가 각각 2.7%, 4.3% 증가했고 LPG차는 3% 감소했다.

석유제품의 낮은 가격탄력성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수송용 휘발유와 경유 수요의 가격 및 소득 탄력성 추정’(김민성ㆍ김성수, 환경논총)에 따르면 휘발유와 경유의 단기 가격탄력성은 각각 -0.431, -0.219로 비탄력적이다. 즉, 휘발유 가격이 10% 증가할 경우 단기적으로 휘발유 수요는 4.31% 감소하는 데 그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휘발유 가격이 인상돼도 운전자가 휘발유의 대체재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휘발유나 경유 등 수송용 연료의 수요 탄력성은 매우 낮은 편”이라며 “가격 상승률에 비해 수요 감소율이 낮다보니 전체적인 소비량이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 상승과 환율 하락이 겹치면서 휘발유 가격 상승요인이 상쇄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올해 1월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66.20달러로 전년동월대비 약 24% 상승했다. 하지만 원화표시 가격 증가율은 이의 절반 수준인 11.2%에 그쳤다. 지난 1월 기준 환율이 전년동기대비 약 9.8% 하락하는 등 같은 기간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유가 상승 대비 운전자의 부담이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과거 ‘주유 대란’과 비교해 가격 상승폭이 크지 않고, 가격 자체도 2011년 대비 낮은 수준에서 머물렀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운전자들이 느끼는 부담이 적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실제 휘발유 주유소 가격은 2011년에는 26주 동안 272.57원 상승했지만 이번에는 29주 동안 126.22원 상승했다. 또한 이번 연속 상승 기간 중 최고가는 1567.60원으로, 이는 지난 2011년 상승 기간 중 최저가인 1695.41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최근 유가가 29주 연속 상승했음에도 과거 대비 가격 상승폭이 크지 않아 소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휘발유 및 경유차량 증가, 환율하락 등이 겹치며 제품 소비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국제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2월 말 이후 현재까지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손미정ㆍ이세진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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