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 “범행 최종적 지시자·수혜자”

-110억대 뇌물수수 혐의 구속여부 핵심 쟁점 전망
-이번 주 내 구속여부 판가름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검찰이 이명박(77) 전 대통령을 구속 수사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1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뇌물수수 외에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특가법상 조세포탈 ▷특가법상 국고손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기초적인 사실 관계까지도 부인하는데다가 과거 특검 이래 이 전 대통령 절대적 영향력 하에 있던 사람들 중심으로 최근까지도 직권 남용 말맞추기 계속되고 있는 점 등 감안할 때 증거 인멸 우려도 높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개별 혐의별로도 구속 수사가 불가피한 중대 범죄고, 계좌 내역과 장부, 보고서, 컴퓨터 파일 등 물증과 관계자들의 진술이 확보돼 범죄 사실이 충분히 소명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5일 검찰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검찰 관계자는 “우리 형사사법은 범행의 최종적 지시자이자 수혜자에게 더 큰 책임 묻는 것을 원칙으로 해왔다”면서 “이번 범죄 사실 등 일부 혐의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지시에 따른 종범이 구속돼있고, 이번 수사 과정에서 핵심적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실무자급 인사도 구속된 상황 감안할 때 구속영장 청구하지 않을 경우 동일한 사건에서 형평성 문제 크게 흔들린다는 점도 충분히 감안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1~22일께 영장심사기일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장전담 박범석(45·사법연수원 26기)·이언학(51·27기)·허경호(44·27기) 부장판사 중 1명이 심리를 맡는다. 혐의가 많고 사안이 복잡한 만큼 영장심사 당일 밤늦게 혹은 이튿날 새벽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이 제시한 관련자 진술과 물증을 모두 반박하고 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이 전 대통령 측 태도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실제 검찰이 제시하는 증거를 깨트릴 수 있으면 구속영장 발부 전제가 사라지지만, 반대로 법원에서 범죄 정황을 인정한다면 ‘증거인멸의 우려’가 높다고 판단될 수 있다. 전직 대통령 신분이어서 도주 우려가 낮다는 점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쟁점은 110억 원대 뇌물수수 부분이다. 이 중 다스 소송비 대납 혐의가 60억 원대로 가장 액수가 크다. 뇌물죄가 인정되려면 공직자인 이 전 대통령이 사기업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점이 먼저 입증돼야 한다. 이 전 대통령은 조사 과정에서 다스에 관해 ‘내 소유가 아니다, 경영에 개입한 바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송 과정에 대해서는 ‘미국 로펌 에이킨 검프가 무료로 소송을 한 것으로 알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검찰은 다스 소송비 대납 사실이 보고된 문서를 확보한 만큼 이 전 대통령의 지시 내지 묵인을 입증하는 데 자신을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문건같은 객관적 자료는 출처와 작성자가 누군지 확인하고, 작성 배경을 파악하는 것도 기본”이라며 “작성자에 대한 조사도 마쳤다”고 설명했다. 이 서류는 이 전 대통령의 ‘40년지기’ 김백준(78)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17억 5000여만 원대에 달하는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유용 부분도 주요 혐의로 꼽힌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중 1억여 원 정도를 청와대에서 쓴 사실을 알고 있다고 시인했지만, ‘국가를 위해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적인 용도로 쓰지 않아 뇌물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지만, 검찰은 ‘이 돈을 합법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만약 이 전 대통령 측이 구체적인 용처를 밝혀 뇌물수수 혐의를 빠져나가더라도 자금 흐름만 입증되면 횡령죄 등이 추가로 문제될 소지가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 특활비 유용 ▷인사 청탁 등 명목의 뇌물수수 ▷다스 실소유 및 비자금 조성 ▷다스 미국 소송 관여 및 소송비 대납 ▷청와대 기록물 불법 반출 ▷허위재산 신고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4~15일 검찰 조사에서 2차장 산하에서 수사하고 있는 군사이버사령부 정치개입 사건은 추궁하지 않았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기한이 만기될 경우 추가 기소를 통해 신병 확보 기간을 늘리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정농단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66) 전 대통령도 지난 10월 구속만료 시한을 앞두고 추가기소된 뇌물 혐의가 발목을 잡아 재차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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