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동아리 현실①]어디 가야 스펙쌓기 좋지?…‘취업유리한 동아리’만 북적

-최악 실업난에 자소서 쓸만한 동아리 찾아나서
-연극ㆍ음악ㆍ문예창작 등 예술 동아리는 찬밥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서울에 있는 대학교 18학번 국어국문학과 신입생 나모(20ㆍ여) 씨는 동아리 선택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하고 싶은 일은 통기타를 배우는 것이지만 취업이라는 현실 앞에 자꾸 망설이게 된다. 아직 딱히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나 씨는 1학년 때부터 관련 스펙을 차곡차곡 쌓아둬야 한다는 주변 사람들의 조언 때문에 일단 공모전을 준비하는 동아리를 노려볼 생각이다. 나 씨는 “대학가면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을 실컷 할 줄 알았는데 열심히 사는 친구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뭔가 준비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이 든다”고 했다.

대학가 동아리들이 신입 회원 영입에 한창인 가운데 새내기들은 취업에 도움이 되는 동아리를 찾기에 분주하다. 최근 취업난으로 1학년 때부터 취업 준비를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신입생들에게 대학교 동아리는 수험생 기간 하지 못해본 취미를 만들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낭만의 대상이 아니었다. 취업 정보를 주고 받고 각종 대회를 준비하는 동료를 만나는 일종의 취업 준비소였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캠퍼스에서 열린 ‘동아리 새내기 맞이 행사’에서 학생들이 학교 응원단의 신입생 환영 공연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제공=건국대학교]

가장 인기 있는 동아리는 기업 분석을 하는 경영학회, IT 창업, 주식, AI(인공지능) 동아리 등 취업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곳이다. 작년에 대학 연합 창업 동아리에 들어간 대학생 김모(20) 씨는 “1학년 때부터 알차게 보내서 졸업 전에 취업하는 게 목표다.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이미 합격한 선배들을 만날 수도 있다고 해서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번에 교내 유명 경영동아리에 들어가려는 서울 서대문구 대학교 신입생 윤소정(19ㆍ여) 씨는 “이왕 활동하는 거 나중에 자기소개서에 한 줄이라도 쓸 수 있는 곳이 낫지 않을까 싶었다”며 “공무원시험을 볼까 고민 중이긴 하지만 떨어질 것을 대비해 스펙을 만들어놔야 한다”고 했다.

일부 동아리에 신입회원이 몰리면서 회원을 뽑기 위해 수차례 면접을 보는 곳도 생겼다. 서울 성북구의 한 경영동아리에서는 서류 전형으로 학생들을 거른 뒤 대기업에 하는 면접을 본 딴 실무면접을 진행했다. 지원한 학생들은 정장을 입고 가야 했다. 질문 역시 실제 기업 면접을 방불케 한다. ‘지금 이 시각 서울 상공 하늘에 떠 다니는 비행기는 몇 대 일까?’ 해외 유명 IT 기업 면접에서 나오는 질문이었다.

새내기들도 고충이 있었다. 최근 정량 스펙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이 늘어나면서 업종과 관련한 경험이 더욱더 중요해졌다. 신입생 신모(20ㆍ여) 씨는 “직무에 대한 일관성있는 관심도를 많이 본다고 들었다. 꾸준히 관련된 경험을 쌓아온 경쟁자를 어떻게 이기겠나 싶다”면서 “취업과 상관없이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은데 지금부터 준비하는 학생들을 보면 혹시 뒤처지게 될까봐 용기가 안 난다”고 털어놨다. 

서울의 한 대학가에 붙여진 동아리 홍보 플래카드. [사진=정세희 기자/[email protected]]

반면 연극, 음악, 문예창작 등 예술관련 동아리는 찬밥 신세다.

기존에 있던 동아리 회원들도 3~4학년이 되면 나가기 일쑤라 동아리 운영 자체가 힘든 곳도 많다. 서울 성북구의 한 연극동아리 회원 강모(28) 씨는 “내가 입학 할 때까지만 해도 신입생들이 꽤 많았는데 지금은 아니다. 공연 준비하려면 시간도 많이 뺏기고 하니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꼭 취업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도 독특한 동아리활동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아쉽다”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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