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발의 헌법 개정案] “사람이 먼저다”…인본주의 법철학 기반 ‘국민 대신 사람’

국민 주권의 민주 이념 계승·발전 의지 담아
현행헌법 첫구절 제헌국회 유진오위원 작성
3·1운동 9차개헌까지 유지 4·19, 5·16은 부침
文대통령 올 3·1절 행사서 건국100주년 정의

청와대는 20일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 가운데 헌법전문과 기본권 부분을 공개했다.

청와대는 특히 기본권과 관련, 주체를 현행 헌법의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하고 새로운 내용을 신설하는 등 대폭 강화했다.

청와대가 이날부터 대통령 개헌안을 3차례에 나눠 공개하면서 헌법전문과 기본권을 지방분권과 국민주권, 정부 형태 등 헌법기관 권한 관련 조항에 앞서 가장 먼저 공개한 것은 헌법전문과 기본권 부분이 정치적 논란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과 함께 이번 개헌의 철학적 가치를 가장 잘 보여준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첫 공개한 대통령 개헌안 전문에 5·18민주화 운동과 6·10 항쟁, 부마항쟁 정신을 계승한다는 문구를 포함했다. [연합뉴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대통령 개헌안을 설명하면서 “이번 개헌은 첫째도 둘째도 국민이 중심인 개헌이어야 한다”며 “기본권을 확대해 국민의 자유와 안전, 삶의 질을 보장하고 직접민주주의 확대 등 국민의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의 개헌이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기본권 확대는 문 대통령의 대선후보시절 공약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작년 4월 국회 개헌특위의 ‘대선후보의 개헌에 대한 입장 청취’ 자리에서 “개헌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자 국민이 20대 국회에 부여한 시대적 과제”라면서 국민기본권과 관련해 생명권ㆍ안전권ㆍ성평등권 보장과 국민발안권ㆍ국민투표권ㆍ국민소환권 강화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대통령 개헌안에서도 ‘사람이 먼저다’는 문 대통령과 정부의 기치가 전면 반영됐다는 평가다. 우선 기본권 주체가 현행 헌법에서 ‘국민’으로 돼 있는 것과 달리 ‘사람’으로 확대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 “국제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인권의 수준이나 외국인 200만명시대의 우리사회의 모습을 고려했다”며 “‘인간의 존엄성, 행복추구권, 평등권, 생명권,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정보기본권, 학문ㆍ예술의 자유 등 국가를 떠나 보편적으로 보장돼야 하는 천부인권적 성격의 기본권에 대해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직업의 자유, 재산권 보장, 교육권, 일할 권리와 사회보장권 등 사회권적 성격이 강한 권리와 자유권 중 국민경제와 국가안보와 관련된 권리에 대해서는 주체를 ‘국민’으로 한정했다.

특히 근로자를 노동자로 대체하는 등 노동권과 관련한 내용도 대폭 손질했다.

청와대는 “일제와 군사독재시대 사용자 관점에서 만들어진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수정했다”며 “노동자에 대한 정당한 대우와 양극화 해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동자의 기본권을 획기적으로 강화했다”고 소개했다.

다만 여당과 노동계가 주장해온 국가에게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수준의 임금’ 지급 노력 의무를 부과한 내용은 보수야당과 기업이 획일적 동일노동가치 평가는 창의성을 저하하고 역행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세월호 참사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등을 겪으면서 국민들의 사고와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권리와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다는 인식의 확대에 따라 생명권과 안전권이 신설됐다.

대통령 헌법에는 생명권을 명시하고 모든 국민이 안전하게 살 권리를 천명하는 동시에 국가의 재해예방의무 및 위험으로부터 보호의무를 규정했다.

또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통신의 자유나 언론ㆍ출판의 자유와 같은 소극적 권리만으로는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충분히 대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정보기본권, 이른바 알권리도 신설됐다.

국가에 성별ㆍ장애 등으로 인한 차별상태를 바로잡고 실질적 평등 실현을 위한 노력 의무를 지우는 등 적극적 차별해소 정책 근거를 마련한 성별ㆍ장애 등 차별개선노력 의무와 관련된 내용도 신설됐다. 반면 검사의 영장청구권 조항과 군인 등의 국가배상청구권 제한 규정 등 이중배상금지 조항은 삭제됐다.

아울러 국민주권강화 차원에서 국민발안제와 국민소환제가 포함됐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 “헌정사상 처음으로 권력의 감시자로서, 입법자로서 직접 참여하고자하는 국민의 요구에 따라 국민이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과 국민이 직접 법률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며 “직접민주제 대폭확대를 통해 대의제를 보완하고 민주주의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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