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내가 대신 가겠다” 손흥민 병역논란

손흥민
손흥민은 4경기 연속 득점을 기록하며 토트넘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사진=토트넘 페이스북]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손흥민(26) 돌풍이 매섭다. 비록 손흥민은 지난 17일 잉글랜드 FA컵 8강전 스완지시티와의 득점엔 실패하며 5경기 연속골엔 실패했지만, 좋은 활약으로 팀의 3-0 승리를 도왔다. 이런 손흥민을 향한 영국 현지의 관심이 뜨겁다. 심지어 국내에서는 청와대 탄원이 이뤄졌고, 병역문제가 걸린 손흥민을 대신해 군대에 가겠다는 팬이 나타날 정도다.

손흥민은 유독 병역혜택과는 거리가 멀었다. 병역혜택이 주어진 2012 런던 올림픽(동메달)과 2014 인천 아시안게임(금메달)에는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다. 올림픽은 아직 기량검증이 덜 됐다는 이유로, 아시안게임은 소속팀 레버쿠젠이 차출을 거부했다. 다음 기회를 노린 손흥민은 2016 리우 올림픽에 와일드카드로 선발됐지만 한국이 8강에 탈락했다.

1992년생인 손흥민에게 남은 기회는 사실상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다. 이 대회에서 금메달을 놓친다면 별다른 방법이 없다. 군경팀 입대 조건이 만 27세 이하에, K리그에서 한 시즌 이상 활약한 선수에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2020 도쿄 올림픽(동메달까지 혜택)을 노리는 방법도 있지만 실패 시 나이 제한에 걸려 군경팀이 아닌 현역 입대를 해야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또 손흥민은 군경팀 복무 외에 1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군경팀에서 뛰려면 K리그 경험이 있어야하는데 손흥민은 그런 경력이 없기 때문이다. 입대 전 수원삼성에서 한 시즌을 보냈던 김민우(상주상무)와 같은 과정을 밟아야 한다. 즉,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실패하면 K리그 1시즌, 군복무 1시즌반 등 최소 2년반 동안 해외 빅리그에서 뛸 수 없는 것이다.

스포츠 스타의 병역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일었다. 박주영이 그 주인공이었다. 당시 올림픽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소속팀에서 경기를 뛰지 못하는 선수는 뽑지 않겠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하지만 아스날에서 제대로 경기를 뛰지 못하던 박주영은 와일드카드로 선택됐다. 이때 논란이 불거졌다. 병역연기의 목적으로 모나코 영주권을 획득했다는 의혹도 일었다. 이에 박주영은 직접 기자회견에 나섰고 “군대에 꼭 가겠다”며 해명했다. 홍명보 감독 역시 “박주영이 군면제를 받지 못한다면 내가 대신 가겠다”며 그를 감싸기도 했다. 다행히 대표팀이 동메달을 획득하며 병역면제를 받았지만 논란은 상처로 남았다.

손흥민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월드클래스라는 평이 나올 정도다. 소속팀 토트넘도 손흥민의 병역면제를 위해 대표팀 차출을 적극 돕겠다고 나섰다. 손흥민의 병역문제는 국민청원에 올라오기도 했다. 많은 축구팬들은 전성기를 맞은 손흥민의 플레이를 더 오래 보길 원하고 있다.

사실 군문제는 우리나라 선수들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아르메니아 출신의 헨리크 미키타리안은 병역 의무를 마친 뒤에야 해외 무대로 진출할 수 있었다. 아르메니아는 1989년부터 1994년까지 아제르바이잔과 영토 분쟁을 겪었고, 터키와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 출신의 모하메드 살라도 군대에 끌려갈 뻔했다. 이집트는 학력에 따라 12~36개월까지 군복무를 한다. 병역 연기는 오직 학업을 이유로만 가능하다. 하지만 살라가 다니던 학교에서 출석문제로 퇴출시켰고 병역 연기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이에 이브라함 마흘랍 총리가 직접 나서 살라의 군면제를 지시했다. 터키의 경우 2015년부터 일정 금액을 내면 군면제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운동선수의 경우 38살까지 입대시기를 연기할 수 있다.
권지수 기자

한국상황에서 특정 선수에게 입대연기나 군면제 혜택을 주는 것은 어렵운 일이다. 병역은 신서한 의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번 선수들의 군입대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외국의 사례를 고려해 한창 국위선양 중인 한국선수의 군복무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제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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