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안 공개] ‘검찰 영장청구권 삭제’…경찰 “비정상의 정상화”

-“권력구조 개편 신호탄…선언적 큰 의미”
-“형소법 개정까지 계속 지켜봐야” 신중론도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청와대가 지난 20일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이 담긴 대통령 개헌안을 발표하자 경찰은 형사사법체계를 정상화하는 물꼬를 텄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입법과정에서 해결해야 하는 난제가 산적해 여전히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개헌안 내용을 공개하면서 “OECD 국가 중 그리스와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헌법에 영장신청주체를 두고 있는 나라가 없다”며 “다수 입법례에 따라 영장신청주체에 관한 부분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다만 “검사의 영장청구권 규정을 삭제하는 것은 영장청구 주체와 관련된 내용이 헌법사항이 아니라는 것일 뿐 현행법상 검사의 영장청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따라서 검사의 영장청구권 규정이 헌법에서 삭제된다 해도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인정하는 현행 형사소송법은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영장청구권 조정의 공을 국회로 던진 셈이다. 


이에 경찰은 당연한 결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경찰은 헌법에 명시된 영장청구권은 군사독재정권이 정권유지 수단으로 마련한 것으로 기본권 보호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었다. 게다가 지난 1월 권력구조 개편안 발표 당시 검경수사권의 핵심인 영장청구권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태였다.

한 경찰청 고위 간부는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은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고 5ㆍ16 쿠데타 이후 헌법에 기습적으로 들어간 조항으로 검찰의 독점 수사권의 실체였다”며 “대통령의 이번 개헌안은 비정상적인 형사사법체계와 비상식적인 권력구조를 정상화하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 경찰 관계자도 “영장주의의 핵심은 법관이 영장을 발부해 수사기관을 통제함으로써 국민기본권을 보호하자는 취지이지, 청구 주체에 방점을 둔 것이 아니었다”며 “수사를 하는 검사가 헌법기관으로 잘못 들어가면서 무소불위 권력의 단초가 됐다”고 지적했다.

영장청구권 조항은 1962년은 5ㆍ16쿠데타로 국회가 해산된 후 구성된 국가재건최고회의가 만들었다. 이후 1972년 유신헌법 때 영장 청구의 주체를 ‘검사’로 규정해 지금까지 유지됐다. 이는 검찰에 힘이 집중되는 결과를 낳았고, 전관예우 등 법조비리 부작용으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또한 수평 관계로 있어야 할 기소기관과 수사기관이 상하구조로 고착됐다는 지적도 불거졌다.

전세계적으로 헌법에 영장 청구의 주체를 명시한 나라는 멕시코가 유일하다. 미국, 영국,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경찰이 영장청구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개헌안은 제안만 된 것일 뿐 갈 길은 험난하다. 국회의 개헌안 의결에 재적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고, 의결되더라도 국민투표에서 선거권자 과반 투표와 투표자 과반 찬성을 거쳐야만 한다. 야당의 동의 여부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헌법이 개정되더라도 형사소송법을 별도로 개정해야만 영장청구권 조정이 가능하다. 현행 형사소송법도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경찰이 여전히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다.

시간도 변수다. 헌법 제130조에 따르면 국회는 헌법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한다. 여기에는 공고 기간 20일이 포함된다. 이에 따라 대통령 개헌안이 26일 발의돼 국회로 넘어온다면 5월 24일이 의결 시한으로 정해진다.

한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개헌안 내용 자체만으로 선언적 의미가 크지만 대통령의 개헌안이 문제 없이 진행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개헌이 되더라도 형사소송법 개정이 남아있으니 입법과정으로 이를 풀 수 있도록 국민들의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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