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안 공개] 법전문가들 “기본권 강화 긍정적, 정치적 논란여지는 우려”

-전문에 5ㆍ18 등…“정권 따라 사건 추가ㆍ삭제 우려”
-“공무원 노동권, 동일임금은 법률사항…신중 접근해야”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베일을 벗은 대통령 개헌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본권 신설ㆍ강화에 후한 점수를 준 반면, 헌법 전문에 추가된 역사적 사건과 발의 절차 등에 따라 정치적 논란이 예상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청와대은 20일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을 공개하며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하는 한편, 생명권ㆍ안전권ㆍ정보기본권 등을 신설하기로 했다. 또 차별 금지 사유로 장애·연령·인종·지역을 추가하고,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학계와 법조계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헌법학회장을 지낸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학계에서 논의해오던 기본권 강화를 대폭 받아들인 것은 인정할 만 하다”고 말했다.

또 군인, 경찰 등이 직무수행 관련 손해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한 헌법 제29조는 87년 체제가 해결하지 못한 대표적인 독소 조항으로 꼽히기 때문에 이를 삭제키로 한 결정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0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전문과 기본권 부분의 내용과 조문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다만 정치 진영에 따라 이견을 보이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려가 나왔다.

대통령 개헌안은 헌법 전문에 국민의 저항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5ㆍ18 광주민주화 운동, 부마항쟁, 6ㆍ10 민주항쟁을 추가했다. 법적ㆍ제도적 공인이 이뤄진 역사적 사건을 수록해 민주주의 이념을 강조하겠다는 의미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전문은 제정의 역사나 기본적 방향성을 보여주는데, 5ㆍ16이나 부마항쟁에 버금갈 만큼 중요한 사건들은 더 있다”며 “박정희 정권이 헌법에 5ㆍ16을 넣었다가 이후 삭제된 것처럼 (정권에 따라) 전문을 추가했다, 뺐다를 반복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확대되는 노동권 가운데 공무원의 노동3권(단결권ㆍ단체교섭권ㆍ단체행동권)을 원칙적으로 인정하고,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 수준의 임금’ 지급 노력 의무를 신설한 부분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왔다. 법률로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을 헌법에 담아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공무원의 단체행동권까지 헌법에서 보장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장 교수는 “헌법에서 공무원의 노동3권이나 동일 노동ㆍ동일 임금을 규정해도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법률로 정해야 할 부분에 대해 헌법 조항 일부를 변경함으로써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헌법 만능주의”라고 꼬집었다.

한편 검사에게 독점적으로 부여되던 영장청구권 조항을 삭제한 데 대해서도, 검경 수사권 조정이 진행 중인 가운데 성급한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인정하는 현행 형사소송법은 유효하다고 설명했지만, 경찰도 영장청구권을 가질 수 있도록 법 개정의 가능성을 열어둔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신 교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매듭지어지기 전에 바로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삭제한다는 건 조금 이르다”라고 말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는 “검사의 영장청구권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면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검찰ㆍ법원 등 사법기관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별도의 안전장치를 헌법에 추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ye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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