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탐색]“안경선배처럼 안경 쓸래요”…고정관념 벗은 여성들

-2030 女, 지향 가치관 패션으로 드러내며 ‘미닝아웃’
-“내 행복ㆍ편안함 중요…메이크업도 하고 싶을 때만”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아침잠 줄여가면서까지 렌즈끼고 화장하는 삶에 지쳤어요”, “제가 언제 예쁠지는 제가 결정합니다”

자신의 가치관과 지향점을 드러내는 소비 성향인 ‘미닝아웃’(Meaning out)이 여성들의 화장과 패션에도 반영되고 있다. 외모 지상주의로부터의 해방을 지향하는 젊은 여성들은 그동안 자신을 옥죄어온 꾸밈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을 선언하고 나섰다.

“매일 10시간 모니터 보는데 안경 써야죠”. 직장인 소희진(27ㆍ가명) 씨는 지난 평창 올림픽 여자 컬링대표팀을 본 뒤 큰 돈 들여 안경을 구입했다. 전엔 집에서 편하게 쓰려고 산 저렴한 안경 뿐이었다.

소 씨는 “안경 쓰고 근엄한 표정으로 경기하는 김은정 선수의 ‘프로다운 아름다움’에 반했다”며 “안경을 쓴 모습은 안 꾸민 모습이 아닌 ‘프로다움’이라고 생각한다. 회사는 업무로 평가받는 곳이니까 안경 쓰고 ‘열일’하며 눈 건강도 챙기고 싶다”고 말했다.

[와이어가 없는 브래지어인 브라렛(Bralette)은 다양한 디자인으로 제작된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가슴을 답답하게 했던 딱딱한 와이어가 사라지니 편해요”. 직장인 오예리(36ㆍ가명) 씨는 최근 가슴을 압박하는 와이어를 없앤 ‘브라렛’(Bralette)을 구입했다.

브라렛은 와이어가 없어 편하고 어깨끈 등의 디자인이 다양한 브래지어의 일종이다. 하지만 속옷과 겉옷의 중간 정도 디자인으로 출시된 제품이 많아 ‘혹시나 속옷이 보이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적다. 한국보다 개방적인 해외에서 먼저 유행한 브라렛은 국내에서는 작년부터 크게 유행했다. 속옷 브랜드 비비안의 경우, 브라렛 매출액이 전년 대비 57%나 신장하기도 했다.

오 씨는 “와이어가 있는 속옷들은 몸매 보정이 잘되지만 좀 더 꽉 끼고 불편해 소화가 안 될 때도 있었다”며 “보여지는 몸매 대신 일상생활 속의 만족감과 편안함이 더 소중하다”고 말했다. 

[유튜버 리아유가 자신의 ‘파운데이션 프리’ 경험을 공개한 영상. 사진=유튜브 캡처]

화장으로부터 자유를 선언하며 ‘메이크업 프리’를 외치는 여성들도 있다.

복잡한 기존 화장 단계를 간소화하는 것이다. 아이라인을 그리지 않으면 ‘아이라인 프리’, 피부 결점을 가리는 파운데이션을 생략하면 ‘파운데이션 프리’다. 해외에선 할리우드 스타 알리샤 키스가 ‘노 메이크업 무브먼트’를 주도하며 화장하지 않은 얼굴도 화보를 찍고 시상식에도 참석했다. 랑콤 소속의 세계적인 메이크업아티스트 미셸 판 역시 1년 동안 파운데이션을 바르지 않고 피부가 건강해진 경험을 SNS에 공유한 바 있다.

풀 메이크업이 일상이던 대학생 이주미(22ㆍ가명) 씨 역시 최근 기초 화장품과 선크림에만 투자하며 화장을 간소화했다. 이 씨는 “내가 편하고 행복한 데 왜 전엔 이렇게 하고 다닐 생각을 못했을까 싶다”며 “나조차 몰랐던 신체의 자기결정권을 되찾은 것 같다. 친구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예쁘고 싶을 때만 예쁘면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젊은 층의 소비현상인 ‘미닝아웃’은 패션뿐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서 발견된다. 최근 미투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미투 배지’를 구입해 달고 다니는 행위나 위안부 피해자를 후원하는 마리몬드 제품을 사용하는 것 역시도 미닝아웃의 한 사례다.

이 씨는 “제가 뭘 좋아하는지 분명하게 말하는 게 좋아요.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에게 용기도 주고 싶고요. 저 미닝아웃족 맞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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