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시마 성공 이어받자”…바이오시밀러에 꽂힌 제약업계

삼성바이오에피스 개발에 자극
반신반의하던 시각 ‘확신’으로
개발 어렵지만 ‘캐시카우’ 매력
제약사들 신약시장 속속 가세

국내 제약사들이 바이오시밀러 홀릭(Holic)에 빠졌다. 바이오시밀러 분야를 개척한 셀트리온의 성공 신화를 지켜 본 제약업계는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초기 ‘의심’의 눈이 ‘확신’으로 바뀌었고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셀트리온에 이어 삼성바이오에피스까지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자 녹십자, LG화학, 종근당 등 기존 제약사들도 속속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나서고 있다. 국내 바이오시밀러 개발 붐이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K-바이오’ 바람으로까지 확대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황금알 낳는’ 바이오의약품, 그보다 저렴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시밀러란 생물의 세포나 조직 등 생물학적 제제를 이용해 만드는 바이오의약품(생물의약품)의 복제약을 말한다. 합성화학의약품의 경우 복제약이 오리지널 의약품과 100% 동일하게 제조되지만 바이오의약품은 아무리 염기서열이 동일하더라도 세포 배양 등의 과정에서 미세한 오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오리지널 의약품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바이오의약품을 만들어낼 수 없어 ‘시밀러(similar·유사한)’라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임상적 동등성이 입증됐기에 체내에서 작용하는 효능이나 안전성은 동일하다. 바이오의약품은 화학의약품에 비해 독성이 낮아 암이나 류마티스관절염 등 자가면역 질환과 같은 난치성 질환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다만 의약품 가격이 워낙 고가여서 보험 적용이 되지 않으면 일반 환자는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개발이 어렵지만 제약사들이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높은 제품 가격이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 전 세계 의약품 시장 매출 상위권 대부분은 바이오의약품이 차지하고 있다. 매출 1위 제품인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는 2016년 매출액 18조450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의약품 전체 시장 규모(20조원)와 맞먹을 정도의 초대형 품목이다. 

얀센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는 8조7400억원, 화이자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엔브렐’ 역시 8조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밖에 로슈의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도 한 해 매출이 8조원에 이르는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이다.

반면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의약품 대비 가격이 낮은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의 가장 큰 장점은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 효능은 동등하면서 가격이 10~30%까지 저렴하다는 점”이라며 “의료진이나 환자 입장에선 바이오시밀러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셀트리온 성공 신화에 자극받은 국내 제약사들=바이오시밀러 업계 대표 주자는 셀트리온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2012년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사진>가 식약처 허가를 받으며 본격적인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시작했다. 램시마는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로 한국에 이어 2013년 유럽, 2016년 미국에도 진출하는데 성공한다. 특히 램시마는 바이오시밀러 사용에 대한 인식이 높은 유럽에서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유럽 판매 9개월만에 처방 환자 수 6만명을 넘었고 시장점유율은 절반까지 올라갔다. 


이어 2016년 혈액암 항암제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는 한국 판매 허가에 이어 지난 해 유럽에서도 허가를 받았다. 트룩시마는 로슈 항암제 ‘맙테라’의 바이오시밀러다. 그리고 또 다른 로슈의 항암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인 ‘허쥬마’도 유럽까지 진출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두 제품은 미 FDA에 판매허가 신청을 한 상태다.

또 다른 바이오시밀러 대표주자로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있다. 2012년 설립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업계 진출 만 6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셀트리온을 위협할 정도의 신흥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5년 화이자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브렌시스(유럽명 베네팔리)’ 국내 허가를 시작으로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렌플렉시스(유럽명 플릭사비)’까지 한국, 유럽, 호주 등에 론칭시키는데 성공했다. 특히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매출 1위 의약품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하드리마(유럽명 임랄디)’를 셀트리온보다 앞서 유럽에 진출시키는 역전을 하기도 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인 ‘삼페넷(유럽명 온트루잔트)’까지 총 4개 바이오시밀러가 한국 및 유럽에서 판매승인을 받아 최다 바이오시밀러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호주 등에 진출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의 바이오시밀러의 사용량이 점점 늘어나면서 매출이 크게 늘어나자 다른 제약사들도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자극을 받은 국내사들도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뛰어 들었다. LG화학은 지난 해 일본에 이어 지난 16일 한국에서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유셉트’가 식약처의 판매허가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유셉트는 LG화학이 개발한 첫 항체 바이오의약품이다.

GC녹십자는 사노피의 당뇨병 치료제 ‘란투스주’의 바이오시밀러가 최근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GC녹십자는 인도 ‘바이콘’사가 개발한 ‘글라지아프리필드펜’ 인슐린 제제를 수입해 국내 바이오시밀러 시장 진출에 나섰다.

종근당도 가세한다. 종근당이 개발해 지난 2016년 일본 후지제약공업에 기술수출한 ‘CKD-11101’은 빈혈치료제 ‘네스프’의 바이오시밀러다. 종근당은 올 해 이 제품의 국내 허가를 기대하고 있다. 이 밖에 동아에스티와 CJ헬스케어 등도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쓸 이유 없는 바이오시밀러…성장 가능성은 ’무한대‘=이처럼 다수의 제약사들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뛰어드는 이유는 높은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 규모는 2010년 1228억달러에서 2016년 2000억달러를 돌파했고 2019년에는 2600억달러까지 성장이 예상된다. 이에 바이오의약품이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12%에서 2019년 28%까지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바이오의약품의 효능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가격이 저렴한 바이오시밀러 시장도 덩달아 성장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시밀러 사용에 우호적인 유럽 지역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복지부의 지난 해 3분기까지 의약품 수출액은 3조원이었는데 이 중 바이오시밀러 수출이 30%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국내와 달리 유럽 등 해외에선 바이오시밀러 사용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며 “신약개발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비도 적게 들고 수출에도 도움이 되는 바이오시밀러는 현재 국내사들에게 최적의 신(新) 시장인 셈”이라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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