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엄마 이보영’의 절절함에 가슴 시렸다

상대역 허율과의 환상적 케미
극의 몰입도 높이는데 일등공신
엄마로서의 감성·문제의식 녹인 작품
아동학대 사회문제 제기도 큰 보람

배우 이보영(39)의 차분하고 절제된 목소리 톤은 섬세한 연출을 하는 김철규 PD의 ‘마더’ 감성과 잘 어울렸다. 잔잔한 음악까지 더없이 좋았다. 이보영은 “김철규 감독 시선이 따뜻했다. 메시지 등에서 감독과 잘 맞았다”고 했다.

tvN 수목드라마 ‘마더’는 엄마가 되기엔 차가운 선생님 이보영(강수진 역)과 엄마에게 버림받은 8살 여자 아이 허율(혜나와 윤복 역)이 진짜 모녀가 되는 가슴 시린 모녀 로맨스다.


이보영은 특유의 섬세한 표현력을 통해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시청자에게 눈물을 뽑아냈다. 그는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몇차례 눈물을 터뜨렸다.

“아직 실감이 안난다. 가슴이 아프고 먹먹하다. 하지만 촬영 현장은 행복, 대본도 행복했다. 언제 이런 배우들과 이런 작품을 할 수 있을까? 큰 시청률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품격 있게 제작됐고, 여운이 있는 작품이 됐다고 생각한다.”

이보영은 배우 지성과 7년간 공개 연애 끝에 2013년 결혼해 2년 뒤 소중한 딸 지유를 얻었다. 그는 ‘마더’를 꼭하고 싶었다고 했다.

“‘마더’는 내가 하고픈 이야기다. 드라마 찍는 내내 엄마 마음이 나왔다. 내가 애를 낳고 고민한 문제들도 있었다. 왜 나에게만 모성을 강요할까 하는 문제다. 나와 관계 없는 사람에게 혼나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아이를 보고 있으면 당연한 거고, 신랑이 아이를 안고 있으면 대견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남편이 힘도 좋고 아이를 나보다 훨씬 더 잘 안아주는데도. 사회적으로 엄마의 시각을 이야기 해보고싶었다. 나는 어느새 나쁜 엄마가 돼있었다.”

이보영의 엄마로서의 문제의식은 보다 구체적이었다.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마더’를하지 못했을 거라고 했다. 이보영은 “나는 아이를 안좋아한다. 아이를 낳고 보니, 세상 아이는 보호받아야하고, 우리 딸도 엄마가 될 때까지 내가 옆에 있어야 한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나는 나쁜 엄마일까? 내가 아이를 사랑하하지 않나? 아기를 낳고보니 예쁘지 않았다.나의 아기인가? 눈물도 안나왔다. 내 목숨을 내놓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지유를 키우면서 완전히 바뀌었다. 지유는 설령 병원에서 바뀐 애라고 해도 이제 줄 수 없다. 기른 정 얘기를 하고 싶었다. 엄마들이 이 부분에서 슬퍼해주고 공감해줬다.

엄마는 희생, 헌신, 이런 것만은 아닌데. ‘엄마는 이래야 돼’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이보영은 남편 지성에게 대본을 보여주었더니 한마디로 정리를 해주었다고 한다. “이건 윤복과 너랑 멜로네” 이 말을 듣고 어린 윤복에게도 친구에게 말하듯 툭툭 던졌다.

이보영-허율 케미가 몰입도를 높여준 것은 둘 사이의 콤비네이션이 워낙 좋았기 때문이다. 엄마만이 아이를 구원한 게 아니라, 아이도 어른의 상처를 치유해준다는 것이다.

“허율은 최고의 파트너였다. 허율에게 ‘너의 첫번째 파트너가 돼 이모가 영광이었어’라고 말했다. 어떤 상대역 보다 최고였다. 어린 아이가 춥고 힘들었을텐데, 투정 한번 부린 적 없다. 허율은 현장을 즐거워했다.”

이보영은 윤복에게 한 대사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사랑받는 아이는 어디서건 당당할 수 있다” “지저분한 아이는 공격을 받아. 돌봐주는 사람이 없다는 신호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지, 스스로 돌봐야겠지.”

이보영은 ‘마더’ 대본은 한번 읽어봐서는 알 수 없었다고 했다. 눈으로는 알 수 있어도, 가슴으로 인지하려면 더 많이 꼽씹어봐야했다. 어떻게 말해야할지 고민도 많이 했다. 자칫 부자연스럽고, 연기하듯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보영은 아동학대 문제를 제기한 것도 보람이 있다고 했다. “영상으로 본 아동학대가 이 정도 무서우면, 뉴스는 얼마나 힘들까? 보기 싫다고 외면할 수 없다. 이번 작품을 통해 실제 아이는 얼마나 힘들까를 생각하게 됐다.”

이보영은 오래전부터 주연배우였지만 존재감이 강하지 않았다. ‘적도의 남자’(2012) ‘내 딸 서영이’(2013)를 통해 존재감을 확실히 부각시키고 이후부터는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20대는 생각이 없었다. 연기를 안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연기가 안되면 돌아갈 곳(엄마의 든든함)이 있었다.

간절하지도 않았고, 현장에 가는 게 공포였다. 카메라가 돌아가는데 왜 내가 여기있지? 개인적으로 이 일이 나와 안맞다는 생각도 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구설수도 싫었다. 집밖에도 안나가고, 사인회에서 사람들이 날 쳐다보는 게 무서웠다. 지금은 즐길 수 있다. 조용하고 청순한 성격도 아닌데, 그런 역할만 들어왔다. 그런데 오빠(지성)를 만나 ‘저렇게 연기하구나, 저렇게 좋아서 할 수 있구나’는 걸 알게 됐다. 나는 2년간 대본이 안들어왔는데 오빠에게는 대본이 쌓였다. 오빠를 보면서 즐기는 연기를 알게됐고, 좋은 자극도 받는다.”

이보영은 “어떤 배우가 되고싶냐”는 질문에 “내가 나오면 재밌는 배우가 되고싶다”고 했다. 

서병기 선임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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