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파킹에 자리내준 골목 불법주차 몸살앓는 청담동

주말을 맞은 지난 18일 오후, 고급 음식점이 줄지어 들어선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고급 음식점 거리는 손님들의 차량으로 가득했다. 손님이 차량을 음식점 앞에 멈추면 골목 사이에서 두꺼운 점퍼를 입은 발레파킹(대리 주차) 직원이 달려와 자연스럽게 운전석 차 문을 열고 차를 가져간다.

청담동 골목에서 발레파킹 일을 하고 있는 김모(29) 씨는 청담동에서는 발레파킹이 사실상 필수라고 답했다. 김 씨는 “고급 음식점이 많지만, 정작 골목이 좁아 차를 세울 곳이 없다”며 “음식점 입장에서도 주차장을 따로 확보하지 않아도 되고, 손님들도 주차할 곳을 찾아 돌아다닐 필요가 없어 발레파킹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예전부터 청담동 식당은 발레파킹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자리잡아 거부감을 느끼는 손님도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청담동과 논현동 주변 지역에서 발레파킹 업체가 불법 주ㆍ정차를 하다 적발된 건수만 3759건에 달한다. 유오상 기자/[email protected]

발레파킹 서비스는 서울 강남 청담동과 신사동, 서초구 서래마을, 용산구 이태원 등 주차장이 없거나 부족한 음식점 거리에 대부분 몰려 있다. 지난해 서울시가 파악한 발레파킹 업체만 600여 업체로 주차량만 따지면 1만7000여 대에 달한다. 식당에서 별도로 운영하는 발레파킹 서비스까지 합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이들은 손님들에게 적게는 1000원에서 많게는 1만원의 봉사료와 음식점으로부터도 사용료를 따로 받고 있다.

그러나 안 그래도 주차 문제가 극심한 인근 주민들에게 발레파킹은 ‘공공의 적’으로 취급받는다.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과 안 그래도 좁은 이면도로에 차를 멋대로 세우면서 통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로변에 세워진 차량 탓에 청담동 골목길에서는 중앙선을 침범하며 통행하는 게 일상이 된 지 오래였다. 차량이 이면도로 인도까지 점령해 보행도 위협받는다.

식당이 들어선 골목이 좁고 주차 공간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발레파킹을 하는 업체들도 불법 주차를 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업체에서조차 인정할 정도로 이들 지역의 불법 주차는 일상이다. 강남구에 따르면 올해도 1월에만 200건의 발레파킹 차량이 기동단속반에 적발됐다.

지자체의 계속되는 단속에도 불법주차 문제는 여전하다. 주차대행 서비스업 자체가 신고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제재할 수 없는데다 관련 법규도 없어 규제할 방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발레파킹 업체가 이면도로 등에 불법 주차를 하는 경우에는 개별 차량에 대해 단속을 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발레파킹 직원들 사이에서 각종 ‘꼼수’가 성행하면서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발레파킹 업체 직원은 “골목 곳곳에 있는 발레파킹 직원들 사이에 단체 채팅방이 있어 단속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며 “단속이 시작되면 번호판을 가리거나 금방 돌아올 것처럼 차문을 여는 시늉을 하는 등의 행동을 반복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변 주민들의 불만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거주하는 김경주(49ㆍ여) 씨는 “노란 실선에 버젓이 차를 걸치고 내리는 발레파킹 직원과 싸운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라며 “매번 싸우고 항의를 해도 어느새 다시 불법 주차를 하고 있어 이제는 지쳤다”고 했다. 유오상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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