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의지’ 없었다…北美, 회담 앞두고 불신해결 과제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남북한과 미국 간의 ‘1.5 트랙’(반관반민) 대화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우리측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면서도 “북측이 미측과의 대화에 대한 확신이 아직 서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북측 대표로 참석한 참석한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국장 직무대행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명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핀란드에서 20일(현지시간) 열린 남북한과 미국 간의 1.5트랙 대화에서 남북미 대표측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의 최대 관심사인 한반도 비핵화 문제도 테이블에 올라왔지만, 원론적인 논의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의 장소 등 편의를 제공한 핀란드의 티모 소이니 외무장관은 민영방송 MTV와의 인터뷰에서 “비핵화는 회의 의제가 아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남북한과 미국의 ‘1.5트랙(반관반민) 대화’가 19일(현지시간) 핀란드 정부 주최 만찬을 시작으로 20∼21일 개최된다. 북측에선 최강일 외무성 아메리카국 부국장이 미국연구소 부소장 자격으로 참석한다. 최 부국장은 전날 베이징(北京)을 출발해 헬싱키 현지에 도착했다. 사진은 최강일(오른쪽 3번째) 등 북 대표단이 이날 헬싱키 소재 식당 ‘사가’를 나서는 모습. [사진=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오는 5월 북미 정상회담을 타결한 지 10여 일이 지났지만, 미측과 북측에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실무접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예술단 실무접촉과 3월 말 남북 고위급 회담 일정을 짠 것과는 대조적이다. 북미 실무접촉 가능성을 시사하는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무장관 교체와 김 위원장의 외무성 인사 승진 외에 없는 상황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국무장관에 내정한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에게 정보라인을 중심으로 범정부 차원의 북미 정상회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권한을 위임했다. 최 직무대행은 북한의 대미정책 실무를 담당하는 ‘미국통’으로 북미 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도 주요 실무를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북미 접촉이 지지부진한 데에는 상호 불신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한반도 담당 선임연구원은 지난 19일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가진 헤럴드경제와 단독인터뷰에서 “평창동계올림픽 계기 이뤄진 남북대화에서 북측은 행동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북미관계 개선 차원에서 북측이 보여준 태도변화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당장 양측 간의 불신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회담이 이뤄지기 때문에 ‘톱-다운’식 북미 정상회담이 내재하고 있는 위험(리스크)는 상당한 상황”이라며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제스처와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관계개선 의지가 확인돼야 오는 5월 회담에서 긍정적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자유아시아방송(RFA)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서 ‘북한이 시간을 벌려 하고 있구나’라고 판단한다면 시간 낭비를 피하고자 회담장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0일 남북ㆍ북미 관계 개선과 관련해 “지금은 자제와 인내력을 가지고 매사에 심중하면서 점잖게 처신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통신은 논평을 통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모든 것이 시작에 불과하다며 “지난해 우리는 미국을 비롯한 적대세력들의 발악적 책동을 단호히 짓부시고(짓부수고) 사회주의 강국 건설에서 역사의 기적을 창조하였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반도 긴장의 원인이 미측에 있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 전문가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 간 불신은 여전히 뿌리깊은 상황”이라며 “북미 간 불신을 줄이고 협상의 접점을 마련하는 데에 있어 정부의 중재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