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푸틴에 뒤늦은 ‘축하전화’

백악관 참모 반대 무시하고 통화
‘군비경쟁’, ‘한반도 비핵화’ 언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에게 뒤늦게 전화통화로 축하 메시지를 보내며 ‘군비경쟁’, ‘한반도 비핵화’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20일(현지시간)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축하 메시지를 언급하지 말라는 참모들의 조언도 무시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강행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의 면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푸틴 대통령과) 매우 좋은 통화를 했다”면서 “그의 선거 승리를 축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상회담이 아주 머지않은 미래에 이뤄질 것이라며 군비경쟁, 우크라이나, 시리아, 북한 문제 등이 논의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만나면 통제할 수 없는 군비경쟁에 대해 논의할 것 같다”면서 “누구도 우리가 보유한 것에 가까운 무기를 갖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크렘린궁도 이날 “두 정상이 군비경쟁 제한을 위한 공조의 중요성을 언급했다”며 “또 한반도 주변 긴장이 어느 정도 완화된 데 만족감을 표하고 문제를 평화적ㆍ외교적인 수단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의 이날 통화는 푸틴 대통령의 대선 승리 후 이틀 만에 이뤄진 것이다. 외신들은 전날 백악관이 전화통화 계획이 없다고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이 축하 메시지를 전할 의사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통화가 ‘영국 내 이중 스파이 암살 사건에 대해 비판하는 쪽으로 대화의 중심을 잡을 것’ 등을 강조한 참모들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참모들은 브리핑 자료에 ‘축하하지 말 것’(DO NOT CONGRATU LATE) 이라고 대문자로 적시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으나, 그가 이를 확인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WP는 보도했다.

토마스 라이트 브루킹스 연구소 국제질서 및 전략 프로젝트 국장은 “모두가 이런 상황이 무슨 뜻인지 알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트럼프의 행동은 그의 행정부의 강경한 노선과는 충돌하는 친러 외교정책을 원한다는 신호”라고 풀이했다.

존 매케인(애리조나) 미국 상원의원은 이날 통화에 대해 “미국 대통령은 독재자들의 엉터리 선거 승리를 축하함으로써 자유세계를 이끄는 게 아니다”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양영경 기자/y2k@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