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금리역전]이주열 “미국 매파적”…한은의 선택은

“예상했다” 불구 충격 불가피
길어지고 폭 커지면 금융불안
2006년 외인 주식 10조 순매도
추경이 변수…하반기 인상유력

[헤럴드경제=신소연ㆍ강승연 기자]한미 양국의 정책금리가 10년 7개월 만에 역전되자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셈법이 복잡해졌다. 한미 금리역전은 외국인의 자금 이탈 유인으로 작용해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보폭을 따라가려 해도 국내 물가가 예상만큼 상승압력을 받지 않는데다, 문재인 정부가 4조원 규모의 추경을 추진하는 상황이라 여의치 않다. 현상유지든 금리인상이든 충격은 불가피해 이번 사태가 연임한 이주열 총재에게는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2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결정이 다소 매파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면서도 “(금리인상 결정이) 시장 예상과 부합해 국내 금융시장에도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다만 11년여 만에 금리역전이 가시화한 만큼 이날 오전 금융경제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해 시장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이 총재의 발언처럼, 한미 금리 역전으로 인한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는 과거보다 낮아졌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금리 역전이 처음이 아닌데다 이미 시장에서 단기금리는 역전된 지 1년 이상 돼 시장이 적응력을 갖췄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한미금리는 난 1999년6월~2001년 3월, 2005년8월~2007년 8월 등 두 차례 역전된 바 있다.

문제는 이같은 금리차가 오랜 기간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3월 FOMC에서 연준의 경제 인식이 과거보다 좋아지면서 2019년 금리인상 횟수를 2회에서 3회로 올렸고, 2020년에도 2회의 인상을 예상했다. 그만큼 기준금리 인상 일정이 타이트해지면서 긴축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연준이 예상대로 연말까지 추가로 3회 더 금리를 인상하고, 우리가 동결을 유지하면 한미 금리는 1%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지난 2006년 5월 한미 금리차가 1%포인트 벌어졌을 때 그해 5~8월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9조8000억원을 순매도 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는 같은 기간 9.5% 하락했다.

전상용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한미금리 차이가 0.25~0.5%포인트일 때는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라며 “0.75%포인트 이상 벌어지면 외국인의 대규모 자본유출이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은이 미국의 금리 인상을 마냥 구경만 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전망이 발표될 오는 4월을 기점으로, 추가 금리인상 시기가 윤곽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총재가 최근 연임에 성공하면서 추경을 준비 중인 정부를 무시하긴 어려운 만큼 7월 이후 하반기에 금리 인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김지만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의 기준금리 역전에도 불구하고 연초부터 물가가 낮고 통상압력도 높아졌다”며 “정부가 추경을 감행해야 하는 상황이라 금리인상이 빠르면 7월께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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