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삼성 80주년…‘풀죽은’ 한국 성장신화

- 사내 영상 상영으로 기념행사 대체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한국 기업 성장사를 이끌어온 삼성이 22일 창립 80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삼성전자 영업이익 50조원 시대를 열어젖힌 삼성으로서는 어느 때보다 자축할 일이지만 끊이지 않는 대내외 악재로 ‘우울한’ 80주년을 맞고 있다.

삼성은 이날 삼성 80년사(史)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상을 제작해 사내 방송으로 직원들에 내보내는 것으로 단출하게 기념행사를 대신한다.

행사를 대폭 축소한 건 세간의 따가운 비판 여론에 따른 것이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오랜 와병과 국정농단에 연루돼 지난달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일선 복귀 지연, 이후 이어진 이명박 전 대통령 소송비 대납 사건,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등 끊이지 않은 대형 악재에 직면해 있다.

지난 80년간 국가 경제를 주도하고 투자와 고용, 사회공헌에 적극 나섰던 삼성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삼성은 1938년 3월 1일 이병철 선대회장이 대구에서 시작한 ‘삼성상회’가 모태다. 당시 청과물과 건어물을 팔았던 삼성상회는 1951년 삼성물산으로 이름을 바꾸며 사세를 확장했다.

삼성은 1953년 제일제당을 세워 상업자본에서 산업자본으로 변신한 뒤 1960년대 금융, 1970년대 중화학, 1980년대 전자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대한민국 제조업 성공신화’를 썼다.

특히 반도체, TV, 디스플레이 등에서 전세계 1위 기업의 자리에 올라 명실상부한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창립기념일이 3월 1일에서 22일로 바뀐 것은 이건희 회장이 50주년이 되던 1988년 3월 22일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면서다. 이건희 회장의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던 ‘신경영’ 정신은 지금의 삼성을 일궈낸 발판이 됐다. 


창업 당시의 삼성상회는 자본금이 3만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62개 삼성 계열사의 자산은 총 363조2178억원(작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공정자산 기준)에 달했다. 물가 차이를 배제하면 80년만에 100억배 이상 키운 셈이다.

임직원 수는 창업 때 40명에서 지금은 약 50만명으로 늘었다. 삼성전자만 국내 10만명, 해외 20만명 등 약 30만명에 달한다.

16개 상장 계열사의 시가총액은 작년 말 기준 489조8360억원으로, 코스피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했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삼성전자만 해도 작년 3분기(106조9200억원)까지 23%를 넘었다.

지난 80년 역사에서 삼성이 조용한 창립 기념일을 보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8년 60주년에는 외환위기로 그룹차원 기념식을 열지 않았고, 2008년 70주년 땐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사태 특검수사로 기념활동은 전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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