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면 ‘하루짜리 수강’…소소한 행복이죠”

라운지 카페에 삼삼오오 모여
가죽공예·디퓨져 만들기 참여
월단위 학원강의 부담 덜어내

서울 성동구의 한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는 한모(35) 씨는 지난달부터 회사 인근에 새로 생긴 ‘라운지 카페’에 다니고 있다. 회원제 공간이라 매월 10여만원씩 내야 하지만, 한 씨는 요즘 퇴근 후가 제일 기대된다고 답했다.

겉보기에는 다른 카페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퇴근 시간 이후 저녁부터는 카페 내부에 마련된 방마다 이른바 ‘원데이 클래스’가 열린다. 4~5명이 모여 하루에 한 가지 주제로 강의를 듣고 곧장 헤어진다. 강의 주제도 ‘가죽 공예’나 ‘디퓨져 만들기’ 등 2~3시간 정도면 배울 수 있는 간단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직장인들이 퇴근후 라운지 카페에 삼삼오오 모여 가죽공예 등 만들기로 소소한 재미를 찾는 경우가 늘고있다. [헤럴드경제DB]

같은 수업을 듣는 사람도 매번 바뀌고, 원하는 강의만 하루 동안 듣고 바꾸기 때문에 부담도 없다. 한 씨도 지난주에는 간단한 자취 요리를 배웠지만, 이번 주에는 인물화 그리기 강좌를 들었다. 그는 “모르는 사람과 3시간 정도 같이 배우는데, 오히려 스트레스가 덜했다”며 “한 달씩 듣는 기존 학원이나 강좌는 부담스러워 오히려 ‘원데이 클래스’가 얕은 수준이라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한 씨의 경우처럼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하루짜리 강의인 ‘원데이 클래스’는 이미 보편화됐다. 매주 정해진 시간에 출석해 정기적으로 수업을 들어야 하는 기존 강의보다는 훨씬 자유롭기 때문이다. 계속 얼굴을 봐야 하는 다른 수강생이나 강사가 없다는 점도 오히려 인기요소다.

‘원데이 클래스’가 인기를 끌면서 강사와 수강을 희망하는 직장인들을 연결해주는 전문 애플리케이션이나 SNS 계정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학원 수강이 대세를 이뤘던 외국어 강좌도 최근에는 회화 수업을 중심으로 하루짜리 강의가 개설돼 수강생이 몰리고 있다.

원데이 클래스를 즐기고 있다는 직장인 이모(29ㆍ여) 씨는 “첫 수업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내일부터 다른 수업을 들으면 된다는 점이 원데이 클래스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한 번 수강을 신청하면 한 달 동안 계속 다녀야만 하는 학원과 달리 자신의 일정이나 선호에 맞춰 얼마든지 그만둘 수 있기 때문이다.

꼭 무언가를 배우지 않고서도 ‘원데이 클래스’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도 많다.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말하며 서로 위로해주거나, 같이 단시간 운동을 한 뒤 헤어지는 식이다. 한 SNS 페이지를 통해 매주 ‘블라인드 성토회’를 즐긴다는 이진우(30) 씨는 매주 회사 업무 중 받은 스트레스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고백한다.

자신의 직장이나 기피 업종을 미리 얘기하면 모임에 아는 사람이 겹칠 일도 없어 이 씨는 회사 상사 욕도 마음껏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날 모임 장소를 나서는 순간 더 이상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며 “다른 사람들도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 오히려 모임이 더 재밌다”고 했다.

그러나 원데이 클래스의 인기가 어려워진 직장인들의 직장 생활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대원 노무사는 “야근과 직장 내 스트레스가 심해지면서 퇴근 후 취미생활에 에너지를 쏟을 수 없다는 직장인들의 호소도 늘고 있다”며 “퇴근 후에도 부담을 느끼고 싶어 하지 않는 직장인들이 늘어나면서 원데이 클래스의 인기도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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